"8위야 8위".
SK 김성근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K는 지난 15~16일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연패를 당했다. 시범경기 성적은 1승3패. 물론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승패 자체에는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 실제로 SK는 김성근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은 2007년 시범경기를 1위를 차지한 이후 2008~2010년 시범경기 순위가 7위-6위-5위였다. 하지만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두 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라는 걸 증명해 보인 팀이 SK였다.
하지만 올해도 예년과 다를 바 없이 시즌 전 김성근 감독의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7~8위 전력"이라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한화 한대화 감독은 "SK가 7~8위면 우리는 13위쯤되나"고 농담할 정도. 하지만 김 감독은 심각하다. "SK 타선이나 한화 타선이나 무슨 차이가 있나"고 되물을 만큼 고심이 크다. 오히려 훈련하는 한화 선수들을 바라보며 "한화가 선수가 많네"라고 말할 정도.

김 감독은 "SK가 멤버 좋다는 건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다. 박진만 최동수 이호준 등 모두 고참들인데 지금은 흘러간 스타이다. 이호준과 최동수가 3할을 치나. 박진만도 2할5푼 타자"라며 "이름만 보면 그럴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뒤질게 없지만 과연 올해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확실한 계산이 서지 않는 상황에서 감독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시즌 운용에 대한 머릿속 생각이 복잡해진다.
괜스레 다른 팀들의 전력이 더 좋아 보이기까지 한다. 김 감독은 "롯데가 확실히 강하다. 타자들이 잘 친다. 우리하고는 스케일이 다르다"며 "롯데·LG·두산은 선수층이 정말 두텁다. 야수들이 넘친다"고 부러워했다. "요새 다른 팀 선수들을 보면 다 잘해 보인다. 우리 선수들은 지금 병원에 있다"고 푸념할 정도. 실제로 SK는 주력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가 몸이 좋지 않다. 박경완·박재상·정상호가 재활 중이고, 정근우도 일본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LG 박현준에게 맞은 꼬리뼈 통증이 악화돼 지난 15일 2군으로 내려갔다. 심지어 최정도 감기몸살이다.
애써 희망적인 부분도 찾고 있다. 에이스 김광현에 대한 칭찬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희망적인 얘기를 하려고 한 것이다. 팀에 워낙 희망적인 게 없으니까"라며 "선수들이 아프면 나도 머리가 아프다"고 답답해 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포수난으로 고민을 하다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최고참 내야수 최동수를 10년 만에 포수로 복귀시키기까지 했다. 그만큼 고민이 크고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머리가 아프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짐 매그레인에 대해서도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를 미뤘다.
정상적인 라인업을 갖춘다면 SK는 언제든 우승팀다운 위용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이다. 김 감독의 위기론은 언제나 시즌 전 불완전한 SK에 좋은 약으로 작용했다. 올해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위기론은 자칫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열어두는 김 감독은 지금 그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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