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홈으로 한 15, 16일 잠실 KIA전에서도 외야 간이펜스가 없었다. LG가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2년 고수했던 외야 간이 펜스 'X존'을 철거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허약한 마운드를 보완하기 위한 한가지 방편이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전에 앞서 박종훈 감독도 'X존'폐지 이유에 대해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박 감독은 "사실 작년에 없애려 했다. 그런데 코칭 스태프 회의에서 유지를 주장했다. 투수 코치까지도 간이 펜스가 설치되어 있어도 여전히 잠실구장은 크다고 말해 코칭 스태프의 결정을 따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LG는 X존 효과 손익을 계산해 보면 마이너스였다. 2010년 39개의 홈런이 X존으로 넘어갔는데 LG가 친 것은 19개고, 맞은 것은 20개다. 이 때문에 지난해 홈에서 LG는 48개의 홈런을 기록한 반면 상대팀에게는 55개의 홈런을 내줬다. 박 감독도 "작년 자료를 분석했는데 잠실 승률이 안 좋았다"며 X존 설치가 실패작으로 봤다.

그러나 LG는 16일 시범경기를 통해 X존 폐지가 올 시즌 LG 공수에서 이득이 될 좋은 예를 보여줬다.
X존 폐지 효과는 공격에서 먼저 나타났다. LG는 6회말 이대형이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날렸다. 지난해 LG 잠실 홈구장 좌우 100m, 펜스 중간은 121m였다. 이제는 중앙이 125m, 좌우 폴대는 100m를 유지했다. 이대형의 타구는 X존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2루타에 가까웠다. 그러나 4m가 길어진 외야 덕분에 이대형은 가볍게 3루 베이스에 안착했다.
이대형은 발이 빠르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단 이대형만 3루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4m가 길어질 경우 외야수는 그 공을 잡으려고 따라가는 시간이 2초 이상 더 걸린다고 가정할 경우 2루를 지나 탄력을 받은 상태로 충분히 3루에 안착할 수 있다.

LG에는 홈런타자보다 2루타를 주로 날리는 중장거리 타자가 많다. 쉽게 말하면 호타준족이다. 박용택, 이택근, 이진영, '큰'이병규, '작은'이병규, 오지환, 박경수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지난해 2루타 1위는 예상 밖으로 박경수와 박용택이었다. 특히 박경수는 지난해 안타 숫자가 60개 밖에 되지 않았지만 21개가 2루타라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중장거리 타자들의 장점을 박종훈 감독이 X존 폐지를 통해 찾은 첫 번째 해답이다.
X존 폐지 효과는 수비에서도 나타났다. LG는 7회초 수비 때 중견수 양영동이 KIA 최훈락의 타구를 쫓아갔다. 잘 맞은 타구는 우중간 펜스를 향해 날아갔다. 홈런성 타구였다. LG에서 이대형 만큼이나 빠른 발을 자랑하는 양영동은 있은 힘껏 타구를 쫓아갔고, 펜스를 부딪치며 공을 잡아냈다. 지난해처럼 X존이 있었으면 이 타구는 양영동의 글러브 대신 최훈락이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지나 3루측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홈런 세레모니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김준기 LG 전력 분석팀 과장도 이날 이대형의 3루타와 양영동의 수비에 대해 'X존 효과'라고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같았으면 홈런을 맞았을 타구가 아웃이 됐다"면서 "투수들에게는 심리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한 경기였지만 X존 폐지 효과에 대해서 정확히 보여준 장면들이었다. 특히 LG는 지난 1990년대 무적의 LG가 '신바람 야구'로 잘 나갔던 시절에도 거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4년 LG는 팀 홈런은 4위(88개)였지만 2루타(205개)·3루타(36개)는 총 241개로 압도적인 1위였다. 경기당 평균 5.2득점은 당시 전체 1위였다. 지금 LG 타자들이 당시 멤버들처럼 호타준족에 수비까지 뛰어나다.
9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LG. X존 폐지는 LG에게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