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기존 선수가 아닌 깜짝 스타가 나와야 한다"고 바라던 김경문(53, 두산 베어스) 감독의 바람이 이뤄졌다. 올 시즌 김 감독의 마음을 훔친 주인공은 프로 8년차 내야수 윤석민(26)이다.
두산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시즌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김선우의 호투와 만년 2군 선수 윤석민이 5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12-3으로 승리를 거뒀다. 덕분에 두산은 대구에서 삼성에게 당한 연패 사슬을 끊었다.
선취점은 한화가 올렸다. 한화는 1회초 경기 시작과 함께 몸이 덜 풀린 김선우를 공략했다. 선타자 강동우가 볼넷을 골랐고, 전현태가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김경언의 타석 때 강동우가 2루 견제 아웃을 당하며 득점 찬스를 무산시키는 듯 싶었으나 김경언과 김용호의 연속 안타로 1-0을 만들었다.

두산은 한화 선발 송창식의 낮게 제구되는 볼에 3회까지 득점에 실패했다. 그러나 4회 동점을 만들며 서서히 연패 탈출에 시동을 걸었다. 두산은 포문은 '두목곰'김동주가 열였다. 김동주는 1사 후 송창식의 초구를 밀어 우중간 3루타를 기록했다. 김동주는 지난 2008년 5월 22일 잠실 한화전 이후 3년여 만에 3루타였다. 이어 윤석민의 좌익수 희생타로 김동주는 홈을 밟았다.
동점을 만든 두산은 5회 선두타자 양의지의 좌월 2루타와 김재호의 희생 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서 고영민이 송창식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가볍게 밀어 1타점 역전 우전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역전을 시킨 두산은 6회 3점을 더 추가하며 멀찌감치 달아났다. 선두타자 김재환이 바뀐 투수 윤근영을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고른 뒤 김현수가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이어 김동주가 한화 세 번째 투수 윤규진을 상대로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5번 윤석민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두산은 7회 선두타자 고영민을 시작으로 정수빈, 김재환, 그리고 이날의 히어로 윤석민까지 6안타를 폭발시키며 6점을 추가하며 11-1을 만든 뒤, 8회말 김재환의 솔로포까지 터지며 9회말 두 점을 만회한 한화에 12-3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최고 히어로는 올 시즌 새롭게 '달(Moon)의 남자'로 떠오른 윤석민이었다. 윤석민은 3회초 최준석을 대신해 5번타자 1루수로 교체 출장해 4타석 3타수 2안타 5타점을 기록했다.
윤석민은 KIA 우완 에이스이자 구리 인창중 1년 후배인 윤석민과 동명이인으로 2007시즌 후에는 상무 입대와 관련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행정 착오로 2008시즌 도중 공익근무 입대하기도 했던 비운의 유망주다.
180cm 86kg로 체구는 큰 편이 아니지만 일발장타력과 컨택 능력을 갖췄으며 공익근무 이전에는 2군서 3할 타율-4할 출루율-5할 장타율이 보장되었던 타자. 데뷔 2년차였던 2005시즌에는 네덜란드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도 승선해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소집해제와 함께 2군 경기에 출장한 윤석민은 65경기서 3할3푼3리 17홈런 59타점의 성적을 올리며 단숨에 2군 중심타선의 한 축을 담당했다. 소집해제 막판 휴가를 활용해 2군 훈련장인 이천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기는 했으나 2년 간 실전감각이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분명 좋은 활약상이었다.
선발로 등판한 '에이스'김선우의 투구도 눈부셨다. 김선우는 이날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경기 초반 컨트롤이 좋지 않았다. 특히 1회 컨트롤 난조를 보였다. 그러나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5이닝 동안 6피안타 3사사구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78개였으며, 1회초 1실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4이닝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한화 선발 송창식도 5이닝 동안 6피안타 무사사구 2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며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 합류 가능성을 높였다.
agassi@osen.co.kr
<사진>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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