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들어갔지만 공백으로 언급되기는 싫다".
이틀 연속 포수 마스크를 쓴 SK 최동수(40)의 표정은 진지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분명한 사명감이 몸전체에서 뿜어져 나왔다.
최동수는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전날(16일) 대전 한화전에 이은 두 번째 포수 출장이다. 전날은 3회부터 포수 마스크를 썼다.

경기 후 최동수는 "하체가 너무 후달거린다. 전날에는 3이닝을 하고 그렇더니 오늘은 4회부터 그렇더라"면서 "타석에 들어섰더니 이 왼다리가 달달 떨리는데 풀로 몇경기를 더 뛰어야 나아질 것 같다. 아까 뛰는데 넘어질 뻔 했다"고 소감 아닌 소감을 밝혔다.
주위에서는 최동수가 공백이 돼버린 포수자리를 임시로 막아내는 것이라 치부하고 있는 시선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동수의 각오는 진지하다. "10년만의 포수다. 하지만 10년 동안 봐온 타자들이 머리 속에 떠올라 리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최동수는 "장난으로 하는 것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특히 최동수는 "박경완과 정상호가 나오지 못할 경우에는 내가 앉아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면서 "내가 뛰어서 팀이 이기는 것이 우선이다. 최선을 다하고 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신 들어간 자리지만 '공백'이라 언급되기는 싫다"는 최동수는 "선수 입장에서는 버젓이 선수가 있는데 '공백'이라는 말은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고 덧붙였다. 결국 자신이 앉아 있는 한 포수 자리에 대한 아쉬움을 최대한 없애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이었다.
사실 김성근 감독도 최동수를 은근히 칭찬했다.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드하는 것을 보니 나쁘지 않더라"면서 "타자 위치에서 봐서 그런지 어느 정도 알고 있더라"고 웃었다.
최동수는 이날 3개의 도루를 내줬다. 그러나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최동수는 "타이밍을 빼앗겨서 그렇지 정확하게 던질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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