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니퍼트' 동반부진, 원인은 다르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3.19 09: 38

'잠실벌 대물용병'이 한국야구 매운맛을 톡톡히 봤다.
LG 트윈스 레다메스 리즈(28)와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30)가 18일 각각 삼성과 한화를 상대로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에서 나란히 뭇매를 맞았다.
먼저 리즈는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최고 160km 광속구를 뿌리며 5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두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18일 경기에서는 3⅔이닝동안 5피안타 4볼넷 4탈삼진 6실점으로 선발패했다. 야수들의 수비 불안이 겹치며 자책점은 1점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컨트롤이 흔들렸고, 볼 스피드도 이닝을 거듭할수록 떨어졌다.

니퍼트도 지난 12일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구속도 150km를 찍으며 메이저리그 출신의 위력적인 구위 소유자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18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4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 3피안타 4사사구 3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5km 정도였고 삼진을 5개나 잡아냈으나 느린 퀵모션과 변화구 제구력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아직 두 경기만 놓고 리즈와 니퍼트의 실력을 판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두 경기를 통해 드러난 보완점은 확실히 생겼다.
▲리즈, 완급조절과 변화구 제구력
리즈에게는 확실한 강점이 있다. 한국에서 뛰고 있는 어떤 투수도 따라올 수 없는 확실한 강속구를 구사한다. 최고구속 160km를 찍는다. 그러나 그 시간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선발투수라면 경기 중반까지 힘을 분배할 수 있는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리즈의 지난 두 경기를 살펴보면 경기 초반 1,2회 평균 구속이 150km를 넘는다. 지난 13일 한화전 1회 직구 평균구속은 155km를 넘었다. 그러나 평균 구속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즈는 지난 두 경기에서 1,2회에는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18일 삼성전에서도 1회 세 타자를 전원 삼진으로 돌려 세웠고, 2회까지 삼진도 4개나 잡아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박종훈 감독도 첫 등판 뒤 "리즈가 1회부터 무리하게 힘을 쓰는 것 같다"고 말한 것처럼 선발 투수인 만큼 경기 중반까지 힘을 고루 분배할 수 있는 완급조절 능력이 필수요소다. 1,2이닝을 던지는 구원투수라면 상관없다. 그러나 최소 6회 길게는 9회까지 공을 던져야 하는 선발 투수라면 힘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런 지적에 LG 외국인 스카우트 담당자는 "아직 정규 시즌에 들어가기 전인 만큼 체력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한 뒤 "미국에서 보면 경기 중반까지도 직구 평균 구속이 150km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150km가 넘었다면 완급조절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리즈는 또 변화구 제구력에 계속해서 지적을 받고 있다. 리즈가 구사하는 변화는 크게 4가지다. 우타자 오른쪽으로 꺾여 나가는 슬라이더, 낙차가 있는 커브, 슬라이더보다 속도가 조금 더 나오는 컷 패트볼이다. 여기에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그러나 4가지 구종 모두 스트라이크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즈 역시 "아직 변화구 제구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범경기 때 계속해서 구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변화구 스트라이크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18일 삼성전에서 2회말 현재윤을 상대로 초구, 2구를 모두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13일 한화전에서는 커브로 삼진도 잡았다.
문제는 변화구 스트라이크 비율이다. 기본적으로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져야 한다. 그러나 리즈는 스트라이크에 비해 볼이 많다. 더불어 볼이 되더라도 타자들이 생각하기에 스트라이크 같은 볼이 되면 좋은 유인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타자들이 쉽게 볼이라고 판단하는 변화구가 많다.
▲니퍼트, 느린 퀵모션과 변화구 제구력
니퍼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느린 퀵모션이었다. 니퍼트는 18일 한화전에서 도루 4개를 허용했다. 2회 고동진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한 니퍼트는 3회에는 1사 후 김경언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연속해서 2루와 3루 베이스를 허용했다. 4회에도 볼넷으로 출루시킨 강동우에게 또 다시 2루를 내줬다.
이날 니퍼트는 주자 1루 상황에서 셋포지션이 1.36초를 기록했다. 특히 1회 1사 1루에서 김경언 타석 때 던진 4개 모두 직구였고, 1∼3구는 1.36초를, 4구째는 1.38초를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크게 나쁘지 않다. 그러나 니퍼트는 키가 커 상대적으로 견제 동작이 느리고 퀵모션 때 주자들이 스타트를 끊고 나가는 동작에 용의함을 보였다. 주자 2루에서 셋포지션 시간은 더 길었다. 니퍼트는 2루에 주자를 놓고서는 1.60초를 기록했다. 이 점을 파악한 한화는 3회 김경언에게 도루를 주문해 3루까지 훔쳤다.
3회 연속해서 베이스를 훔친 김경언은 경기 후 "일단 체형이 커 견제 동작이 조금 느리다는 판단을 했다. 견제 능력도 그렇게 빼어나다는 생각이 안 들어 리드를 가져갔고, 견제 동작도 커 1루 복귀가 가능했다"면서 "니퍼트가 아마도 견제 부분 때문에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변화구 제구력도 문제가 됐다. 니퍼트가 구사한 변화구는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까지 4가지다. 그러나 모두 제구가 흔들렸다.니퍼트는 18일 경기에서 투심은 138∼140km가, 슬라이더는 134km까지 나왔다. 체인지업도 125∼128km를, 커브도 111∼117km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제구가 원하는 곳에 되지 않으며 스트라이크와 확연히 구분되는 볼이 많았다. 볼넷 5개가 증명한다.
니퍼트 역시 직구 구위는 좋은 편이다. 이날 니퍼트는 4회까지 삼진 5개를 잡았다. 5개 모두 직구가 승부구였다. 비결이 있었다. 니퍼트는 203cm의 큰 키에서 공을 던지는 순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오는 투구폼 덕분에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은 배가됐다. 그러나 직구와 조합할 변화구가 받쳐주지 않으면 타자들과 승부가 쉽지 않다. 한화전이 이를 증명했다.
비록 리즈와 니퍼트가 18일 동반 부진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실력 면에서 올 시즌 최상위에 있는 외국인 투수다. 문제는 적응력이다. 이들은 한국에 오기 전까지 미국에서만 야구를 했다. '야구는 야구다'라는 말처럼 잘 치고, 잘 던지는 것은 같다. 그러나 분명히 다른점도 있다. 정규 시즌까지 2주 가량 남았다. 문제는 적응이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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