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도록 기다린 한 방. 한 방이 터지니 두 방이 터졌다. 야구란 그런 것이다.
한화 좌타 내야수 김강(23)은 올해 팀 내에서 가장 기대받는 선수 중 하나였다. 2군 무대를 평정한 왼손 거포로 한화의 거포 유전자를 이어받을 차세대 장타자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주위의 기대와 높은 눈높이가 내심 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보이지 않는 부담에 짓눌리자 방망이도 시원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지난 12일.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덕아웃을 서성이던 김강은 "시범경기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2009년에도 시범경기에서 4할 넘게 쳤는데 (김)태균이형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2군에만 머물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때랑 지금은 또 달랐다. 지금은 1루에 자리가 나있는 상황. 김강은 "이제 자리가 있기 때문에 정말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그만 짓눌렸다. 시범경기 동안 4번타자로 중용됐으나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시원한 타구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지난 18일까지 6경기에서 김강이 남긴 성적은 12타수 무안타.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로 출루했던 게 전부였을 뿐 삼진만 6개나 당했다. 나성용 김용호 등 1루 및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동료들이 한 방씩 터뜨릴 때마다 오히려 부담이 커져갔다.
장종훈 타격코치는 김강에 대해 "재능만 놓고 보면 지난해 (최)진행이랑 크게 다를 게 없다. 다만 지금 너무 많은 부담감에 짓눌려있다. 일본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감이 좋았는데 오히려 시범경기 들어간 뒤로 힘이 많이 들어가있다. 부담감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김강은 부담감을 벗어던졌다. 지난 19일 대전 롯데전이었다.
이날 김강은 5번 지명타자로 나왔다. 1회 첫 타석부터 찬스가 왔다. 2사 1·3루. 상대 선발은 라이언 사도스키였다. 김강의 방망이는 초구부터 돌았다. 파울. 2구째에도 김강의 방망이가 돌았다. 힘 들이지 않고 가볍게 밀어친 것이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그대로 갈랐다. 3루 주자 전현태가 홈을 밟았다. 시범경기 첫 안타가 타점으로 연결된 적시타. 비로소 양 어깨의 짓눌린 부담감을 벗어던진 순간이었다. 8회 4번째 타석에서는 우측 펜스를 그대로 직격하는 2루타를 작렬시키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4타수 2안타 1타점.
경기 후 김강은 "그동안 나도 모르게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았다. 7타수 무안타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그 이후부터 '못치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이 생겼다"며 "다행히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후 부담이 없어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사실 오늘도 라인업에서 빠질 줄 알았다. 내가 감독이라도 나를 기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믿고 기용해 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이 되지 않아 아쉬운 게 있지만 그대로 타격 밸런스를 잡아간 것에 의미를 두겠다.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프로 입단 동기 손아섭이 다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손아섭은 8회 김강의 타구를 잡기 위해 펜스플레이를 하다 왼쪽 발목을 접질렀다. X-레이 진단 결과 짧게는 10일, 길게는 2주 정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김강은 "작년에도 (손)아섭이가 좌익수로 나와 내가 친 타구를 잡으려다 그런 적이 있었다. 다쳤다니까 걱정된다. 동기인데 전화라도 한 번 해봐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그의 표정은 짐짓 어두워졌지만 그동안 짓눌렸던 타석에서의 부담감은 확실히 벗어던진 모습이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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