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전형적인 2군 선수였다. 별 생각 없이 그곳 생활에 만성적으로 젖어있었다"고 고백한 양영동(28, LG 트윈스)이 2군 선수의 알을 깨고 나왔다.
양영동은 19일 목동 구장에서 열린 2011시즌 시범경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6회말부터 박용택과 교체돼 들어와 투런 홈런을 포함해 2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기록했다.
경기 후 양영동은 바쁘게 짐을 챙기면서도 "홈런을 쳐서 좋다. 그리고 경기에 나갈 수 있어서도 마냥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

성적을 보면 웃을 수 밖에 없다. 양영동은 시범경기에서 타율이 무려 4할이며, 지난 13일 한화전에서도 홈런을 기록해 시범경기 팀 내 홈런 1위(2개)다. 타점은 7개나 되고 도루도 3개나 성공시켰다. 173cm의 키에 70kg밖에 안 나가지만 누구보다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다.
양영동은 지난 2006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그러나 첫 시즌 1군에 잠깐 얼굴만 내비쳤을 뿐 특별한 기록 없이 경찰청에 입대했다. 제대 후 삼성에 복귀했으나 그는 방출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다행히 그는 2009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으나 지난 시즌을 마치고 혹시나 또 다시 방출되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자신은 아니었지만 몇몇 동료들이 짐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더 이상 2군에 젖어있는 나를 보지 말자고 다짐했다. 자신을 "전형적인 2군선수였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양영동이 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후 그는 나이도 어리지 않았고, 유망주도 아니었기에 지난 가을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명단에서도 탈락하며 10월 진주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 이때부터 그는 독기를 품었고, 박종훈 감독은 "양영동의 눈빛을 보라. 눈빛이 살아있다"며 그의 활약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무리캠프에서 박 감독의 눈에 든 양영동은 이후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참가해 빡빡한 LG 외야진 속에서도 아직까지 살아 남았다.
그의 땀과 열정은 시범경기가 시작된 지금까지도 지속됐고,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아직 주전도, 1군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도 높지 않지만 그는 경기 중 주어진 한 타석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그는 "경기 중간에 들어가도 1회 첫 타석이라고 생각하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 나름대로 경기에 집중하려는 방법이다"고 말한 뒤 "타석에 들어서면 살아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1군 엔트리 경합은 치열하다. 결코 쉽지 않은 경쟁이다. 주전 외야수로 유력한 이진영, 이대형, '큰'이병규에 군에서 제대한 '파워히터' 정의윤도 있다. 박종훈 감독도 행복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영동 나름대로 무기는 있다. 그는 "타석에서는 최대한 상대 투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려고 한다. 이것이 내 모습이다"고 말한 뒤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해 팀에 보탬이 되고픈 마음 뿐이다"며 웃음을 지었다.
박종훈 감독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범경기 내내 "양영동이 많이 좋아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 감독의 최종 결정은 어떻게 될까. 그의 결정에 따라 부끄러운 2군 선수가 1군 개막전에 합류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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