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컴백한 '미시 배우' 박주미는 여전히 예쁘다. 데뷔 초기, 그녀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모 항공사 CF 속 단아하고 청초한 이미지, 그 피부결이 그대로인 것만 같다. 세월을 이기는 동안 미모, 하지만 컴백한 작품 속 그녀의 캐릭터는 너무도 밉상이다.
박주미는 KBS 2TV 주말연속극 '사랑을 믿어요'에서 서혜진 역으로 열연 중이다. 지난 해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 출연했지만 별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드라마로는 2002년 '여인천하' 이후 9년 만의 복귀다. 실로 얼마 만의 안방 공략인가. 심혈을 기울이고 공을 들여 선택한 차기작이다. 캐릭터도 멋지다. 물론 20대 뺨치는 동안 미모이지만 이제는 실제 자신의 연령대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할 나이다. 그런 점에서 많이 배우고 아름다우며 세련된 주부 서혜진은 현재의 박주미가 할 수 있는 한정된 역할들 중 꽤 멋지다.

그러나 박주미가 맡은 서혜진 캐릭터를 두고 안티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려운 살림에도 사랑하는 아내의 꿈을 위해 유학을 지원하고, 부모 집에 얹혀 살며 딸을 키워낸 헌신적인 남편 동훈(이재룡 분) 속을 썩이게 될 '나쁜' 아내다. '이런 남편이 어디 있어' 싶을 만큼 착하고 바른 동훈을 두고 자신이 취직한 미술관 관장 승우(이상우 분)와 아슬아슬 불륜의 전주곡을 울리는 중이다. 물론 서혜진이 주도한 것이 아니고 수 차례 밀어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5천 만원 거금까지 선뜻 빌려준 승우에게 홀랑 넘어가 버렸다. 친구사이를 가장한 야릇한 남녀 관계. 앞으로 이들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풀려나갈지는 모를 일이지만 시청자들은 극중 서혜진의 성격과 태도에 많은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벼르고 별러 만난 컴백작에서 그녀는 쓸데없이 민심을 잃어 버린 듯 하다. 물론 스스로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한 것은 아니지만 불륜 코드를 지닌 캐릭터였음을 애초에 알고 시작한 그녀다. 제작발표회에서 "욕 먹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공언했던 그녀지만 상당 수 시청자들은 좀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야심차게 돌아온 안방극장에서 밉상을 자처하고 냉대를 자초할 이유는 뭔가.
굳이 착하고 건강한 캐릭터를 강요하자는 게 아니다. 충격적인 팜므파탈이건 파격적인 반전 캐릭터건 무엇이든 좋다. 하지만 세월이 비껴간 고운 얼굴로 청순가련 포스를 팍팍 풍기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지탄 받기 딱 좋은 '불륜'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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