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야심작으로 꼽은 유망주는 포수 등록 및 훈련을 통해 야구에 대한 재미를 찾아주었다. 반면 올 시즌 히든카드 중 한 명에게는 일단 포수직보다 타격에 전념해 주길 바랐다. 1년 여의 차이를 두고 나타난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의 이성열(27), 김재환(22)의 포지션 전향 지시는 표면적으로 다르지만 맥은 같다.
시범경기 7차례를 치르며 3승 4패의 성적을 거둔 김 감독은 최근 4경기서 상무를 제대하고 돌아온 우투좌타 거포 유망주 김재환을 2번 지명타자로 기용 중이다. 특히 김 감독은 김재환을 2번 지명타자로 기용하기 전날(15일 롯데전 이후) 선수와 진지하게 상담한 뒤 포수직 잠정 포기를 결정했음을 밝혔다.

"일단 포수 포지션보다는 방망이에 힘쓰라고 전했다. 그와 함께 1루수나 외야수로서의 활용도 생각해볼 예정이다. (김)재환이의 타격 능력은 분명 1군에서 활용할 만하다. 다만 포수 포지션을 고수하면 2군으로 내려보낼 빈도가 크다. 궁극적으로 선수가 2군에서 뛰려고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인천고 시절 발목 부상으로 인해 송구 밸런스가 무너졌던 김재환은 지난 2년 간 상무서도 이정식(삼성), 이지영(상무, 전 삼성)과 번갈아 마스크를 썼다. 그러나 두산은 지난해 신인왕인 양의지를 비롯해 최승환, 용덕한 등이 버틴 팀.
게다가 올 시즌이 끝나면 송구 능력이 탁월한 신고선수 출신 최재훈이 경찰청서 제대한다. 선수 본인은 선수 생활 시작 이후 줄곧 지켜왔던 포수직에 미련이 많았는지 표정이 무거운 편이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
2009시즌 후 이성열의 포지션 변화를 떠올려보면 반대되는 상황이다. 당시 김 감독은 고교 시절 및 LG 데뷔 초기까지 등록 포지션이 포수였던 이성열에게 다시 포수 훈련을 지시했다. 그와 관련해 김 감독은 "본인이 스스로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뜻을 비춘 바 있다.
"포구나 블로킹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포수로 3년을 쉬었던 친구 아닌가. 다만 포수 훈련을 하면서 야구에 대한 절박감도 느끼고 타격에 대한 반대심리로 수싸움 능력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과적으로 이성열은 지난해 2할6푼3리 24홈런 86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포수 출장은 1경기 3이닝에 그친 한 해였고 주로 우익수 수비에 나섰으나 선수 본인의 승부욕은 높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성열 또한 지난 시즌을 시작하면서 "포수 훈련을 다시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다. 그동안 워낙 못했던 만큼 올 시즌은 정말 잘 해야 한다"라며 비장한 모습을 보였다. 136개의 삼진을 당하기는 했으나 잠실을 홈으로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팀 내 5명 중 한 명으로 우뚝 선 이성열이다.
시범경기서 김재환이 부여받은 위치는 지난해 이성열과 같다. 지난 시즌 이성열은 3번 지명타자로 시범경기 및 시즌 초반 자주 출장했으나 지난해 초반 두산은 '3인 테이블세터'진에 김현수-김동주-최준석이 4~6번 타순을 지키는 전략으로 나섰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이성열과 마찬가지로 김재환에게도 중장거리형 테이블세터 타자를 기대하는 것.
6경기에 출장한 김재환의 시범경기 성적은 2할1푼1리(19타수 4안타) 1홈런 2타점에 출루율 2할8푼6리 장타율 4할2푼1리다. 장타율만 따지면 윤석민(5할8푼3리)과 김동주, 양의지(5할)에 이어 최준석과 함께 팀 내 공동 4위. 타격 자유도가 높은 2번 타자로 가능성을 시험받는 중이다.
베테랑의 기로에서 포수직을 포기한 3년 전 홍성흔(롯데)과는 차이가 있는 유망주 김재환의 현재. 그는 타격 능력 발전을 향해 맥락이 같은 길을 걸었던 이성열의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김재환-이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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