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방송된 MBC '나는 가수다'가 '국민가수' 김건모를 벼랑 끝에 몰아넣었다.
김건모는 이날 방송에서 첫번째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나, 갑작스런 재도전 제도로 기사회생하면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방송 초기인 이 프로그램은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지만 이같은 이슈가 오히려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 가수' 김건모의 이미지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은 흠이 생겨버렸다.
21일 현재 온라인 게시판에는 '김건모가 결과를 깨끗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다'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방송 동료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작곡가 김형석, 방송작가 김수현 등은 트위터를 통해 "김건모가 재도전을 거절하길 바랐다"고 밝혔다.
다음주에 도전을 계속할 김건모로서는,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 어차피 음악성이 부족해 탈락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다음 방송에서 완성도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고 해서 이미지가 회복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사실 가요계 정서를 따져보면 김건모의 재도전은 당연한 수순이다. 우선 후배들이 선배 가수부터 떠나보내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리 없었고, 제작진 입장에서도 김건모에게 상처를 주는 게 쉽지 않다. 오랜 기간 정상을 지켜온 김건모 역시 쿨하게 탈락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랴부랴 재도전을 요청하고, 룰에 예외를 둔 것은 김건모 자신도, 후배 가수들도, 제작진 조차도 이같은 상황이 올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서바이벌'이라고 포맷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에 임하는 심경을 인터뷰 하고, 그토록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음에도 '최악의 시나리오'에는 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정작 시청자들은 제작진이나 가수들보다 더 확실히 '서바이벌' 개념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이를 유도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제작진이다. 제작진은 첫 경쟁에서 김건모가 탈락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알면서도, 7명 중 1명이 떨어지는 서바이벌 시스템을 수시로 언급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김건모가 재도전을 결심하는 20일 방송분에서조차, 제작진은 '곧 탈락자가 공개된다'고 자막에 써넣었다. 일종의 시청자 우롱이다.
김건모의 재도전을 결정한 건 차치하고서라도, 이왕 결과가 그렇게 됐다면 이를 미끼로 시청자들을 현혹해선 안되는 것이었지만 제작진은 '서바이벌' 포맷이 갖는 자극성을 적극 활용했다. 맥빠진 전개에 따른 시청자들의 당혹감은 고스란히 김건모에게 향하고 있는 상황.
'나는 가수다'가 너무 망가져버린 '국민 가수' 김건모의 이미지를 얼마나 회복시켜주고 그를 떠나보낼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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