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름만이라도 한글로 해야죠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3.21 17: 40

-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남택원 대표이사
“외국 문화 종속 걱정에 제목만이라도…”
붉은보석, 일본서 6년 연속 최고 게임

건축학도 시절 게임기사 쓰며 개발 꿈
[이브닝신문/OSEN=최승진기자] “한글이름을 가진 게임을 찾아보면 생각보다 그 수가 많지 않아요.”
남택원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대표이사(39)는 한글사랑이 남다르다. 대학에 다니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까 고민하던 때 “우리나라의 어린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라고 결심을 하게 된 것이 한글에 애착을 보인 원동력이 됐다.
그동안 그의 손길을 거쳐 간 게임 모두 한글이름으로 세상의 빛을 봤다. 최근 개발 중인 신작 온라인게임 ‘거울전쟁: 신성부활’도 역시 한글이름이다. 앞서 선보인 온라인게임 ‘붉은보석’은 올해 초 일본에서 6년 연속 최고 게임에 선정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역시도 한글이름이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남택원 대표이사를 만났다. 한글 전도사라고 했더니 “내가 자격이 있겠습니까”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어 “아휴, 전도사는 무슨.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할 것 같아서 한 일인데요”라고 말했다.
 
- 한글이름에 관심을 갖는 계기는?
대학시절만 해도 우리나라의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만든 게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미국, 일본 등 국내 게임시장은 그야말로 외국게임 차지였다. 우리나라 어린 학생들이 외국어로 된 게임을 즐길 것이란 생각을 하니 자칫 감수성이 예민한 이들이 외국문화에 종속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 게임을 만들어서 우리의 문화를 담을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고 우선 이름만이라도 한글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앞으로도 한글이름을 사용할 것인가?
가능하면 그렇게 하고 싶다. 회사가 커지게 되면 직접 프로듀서를 안 하는 게임이 나올 수도 있다. 이때는 개발자의 의견을 존중하겠지만 직접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면 한글이름을 사용할 것이다.
 
- 대표작인 붉은보석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사람들의 성향에 맞는 게임이 아니었나 싶다. 보이는 모습이 3D(입체)가 아닌 2D(평면)이였고 각 게임 캐릭터들의 매력도 일본사람들의 취향에 부합했다. 또 현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낮은 사양의 PC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점 역시 주효했다고 생각된다.
 
- 대지진 이후 일본 게임시장의 반응은 어떤가?
현지 협력업체를 통해 경영진이나 핵심인력 외에는 자택대기를 하고 있는 게임업체가 많을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우리 회사도 이번 대지진으로 아픔을 겪은 일본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모아서 보낼 계획이다.
 
- 건축학을 전공했다. 게임업체 대표로서 공대 출신의 이점이 있다면?
개발자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점이다. 자기만의 세계와 기술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조금 더 쉽다고 생각한다. 건축은 서양에서 미술사에 포함된다. 서양 미술사를 살펴보면 회화, 조각 외에 건축도 있다. 건축은 예술이다. 이와 동시에 공학을 모르면 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그래픽 디자인(예술)과 프로그래밍(공학)의 역할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과 공학을 함께 이해하지 못하면 게임을 잘 만들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건축과 게임은 통한다고 본다.
 
- 10년 후 회사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스튜디오가 많은  개발사 일을 할 것이다. 또 개발자들이 원하는 게임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다.
 
- 최근 납세자의 날에 성실납세자로 선정돼 표창을 받았다
우리 회사가 문제없이 잘 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익을 내는 것은 기업의 중요한 과정 중에 하나다. 법인세를 낸다는 것은 회사에 이익이 나고 있다는 것이고 사회를 위해서 일정부분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인생역전의 계기가 있는지?
대학 1학년 때 컴퓨터 잡지에 게임 분석을 잘할 수 있다고 독자엽서를 보냈더니 이와 관련된 기사를 쓰게 되면서 게임이 취미를 넘어서게 됐다. 덕분에 게임에 대해 더욱 잘 알 수 있게 됐고 게임을 개발해야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게 됐다.
- 붉은보석2의 개발소식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붉은보석2는 알파버전의 테스트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아무래도 전작이 인기를 끌었던 일본시장을 염두해 저사양을 강조하다 보니 할 일이 많아졌다. 올해 지스타에 참여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참여하게 된다면 이슈를 만들 계획이다.
 
- 평소 생각해왔던 게임의 정의는?
게임은 사람들이 사는 활동영역의 확장으로 경험 지향적인 문화와 고도의 지적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shaii@ieve.kr /osenlife@osen.co.kr
<사진>1. 남택원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한글이름을 사용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가능하면 그렇게 하고 싶다”며 “개발자의 의견을 존중하겠지만 직접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면 한글이름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 ‘거울전쟁: 신성부활’은 붉은보석으로 중견 게임 개발사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엘엔케이로직코리아가 내놓은 7년 만의 신작이다. ‘거울전쟁: 악령군’과 ‘거울전쟁어드밴스드: 은의 여인’의 스토리 라인을 잇은 후속작으로 이번에는 무기를 발사해 적이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게임 방식과 모험을 통해 자신의 게임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임 방식을 더한 슈팅 RPG라는 새로운 장르로 선을 보인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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