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민의 베이스볼 다이어리]시범경기 순위, 의미가 있나요?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3.22 07: 01

2011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지난 12일 개막된 시범경기는 21일까지 팀 당 7경기씩 치렀는데요.
현재 순위는 LG 트윈스가 5승2패로 1위,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4승3패로 공동 2위, 그리고 그 외 SK 와이번스를 비롯한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넥센 히어로즈가 3승4패로 공동 4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경기수가 많지 않아 1위 LG와 최하위 승차도 2경기 밖에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범경기에서 승패가 의미가 있을까. 물론 시범경기, 정규 시즌을 떠나 패하는 것보다 승리하는 것이 기분도 좋겠죠. 스프링캠프에서 흘린 땀방울의 보람도 승리를 통해서 맛볼 수도 있고요.

그러나 선수들 개개인의 컨디션 점검이나 성적보다 너무 팀 승패가 시범경기에서 중심이 되어버린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20여일 동안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취재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우리보다 일찍인 지난달 말부터 시범경기가 시작됐는데요.
저는 지난 2월 28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주 굿이어시 굿이어볼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신시내티 레즈전을 취재했습니다. 클리블랜드는 '추추트레인'추신수(29)의 소속팀이기도 하죠. 이날 경기장에는 6000여명의 유료 입장객이 찾았는데요. 팬들이 많았던 만큼 양팀은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선발로 출장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경기 중반부터 특이한 광경을 몇 가지 목격했습니다. 일단 선수들 운영입니다. 클리블랜드는 선발 투수인 조시 톰린에 이어 지난해 24세이브를 거둔 마무리투수 크리스 페레스를 3회 등판시켰습니다. 마무리 투수라면 당연히 9회에 나와야 하는 것 아닐까요. 페레스는 3회를 마무리하고 곧장 클럽하우스로 가서 샤워를 하더니 집으로 가더라고요.
페레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양팀 주전 또는 간판 선수들은 대부분 5회까지만 뛰다 샤워를 하고 경기 중에 집으로 갔습니다. 이날 추신수 선수도 아들이 감기 때문에 아프다고 해서 매니 악타 클리블랜드 감독에게 경기 전에 양해를 구하고 2회 정도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의 경우 40인로스터를 포함해 초청선수들까지 모두 캠프에 참여해 클럽하우스에는 최소 60명에서 많게는 65명이 넘습니다. 즉, 이 선수들이 한꺼번에 있을 공간도 부족하고 말 그대로 승패가 아닌 선수들 개개인의 컨디션 점검이 목적인 만큼 자신의 임무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도 됐습니다.
또 놀라웠던 사실은 경기 후 감독 기자회견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클리블랜드가 9회 2실점하며 6-7로 역전패했습니다. 6-1로 앞서고 있던 클리블랜드는 8회 4실점, 9회 2실점하며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최악의 경기로 봐도 될 정도죠.
그러나 악타 감독은 "비록 패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승패는 큰 의미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선발 투수가 2이닝을 던지게 한 뒤 나머지 7이닝은 7명이 차례로 등판해 각자 1이닝을 소화할 기회를 줬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보다 하루 앞선 27일에는 애리조나주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LA 다저스 경기도 취재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에인절스 마이크 소시아 감독이 경기 후반 3-1로 앞선 무사 1루 상황에서 2루 도루를 시킨 뒤,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들고 희생타 때 득점으로 연결하며 4-3 승리의 결승점을 만들어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동양적인 야구를 구사하는 소시아 감독의 승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갔습니다. 왜 번트를 시도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승리가 우선이 아니라 우리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연습했던 작전을 시험했던 것 뿐이다"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저는 플로리다로 넘어가서 3월 7일 클리어워터 브라이트 하우스 필드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전을 또 취재했습니다. 이날은 더 특이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탬파베이 매든 감독은 4-4 동점이던 9회말 1사 만루에서 좌익수를 3루수로 이동시키며 내야수를 5명이나 만드는 작전을 시도했습니다. 당시 기자실에 있던 메이저리그 기자들은 "지금이게 무슨 현상이지. 월드시리즈 7차전이야"라고 말했습니다.
매든 감독의 깜짝 용병술에 모두가 이해도 하지 못했을 뿐더러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탬파베이는 후속 타자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4-5로 패했고요. 경기 후 많은 기자들은 매든 감독을 만나러 갔습니다. 보통 경기 후 인터뷰는 5분 내외인데요. 이날 1루 덕아웃 근처에서 기자들은 매든 감독과 15분 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ESPN 선임 기자인 제이슨 스타크는 매든 감독에게 "난 꼭 월드시리즈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하자, 매든 감독은 "아니다. 지금 시범경기 맞다"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스타크는 "왜 9회말 마지막 위기 순간에 외야수를 끌어들이는 작전을 시도했냐. 승리를 위한 시도였냐"는 질문에 매든 감독은 "아니다. 승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10일 전 이 선수들과 함께 했던 시나리오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 시도해봤다"면서 "9회 뛰었던 선수들 대부분은 마이너리거다. 이들 대부분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보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연습한 작전이 시즌 중에도 일어날 수도 있다. 난 그 연습을 한 것이지 승리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세 가지 예 밖에 들지 않았는데요. 핵심은 같았습니다. 클리블랜드는 승리를 위했다면 마무리 투수를 9회에 등판시켰겠죠. 그랬다면 현재 캑터스 리그에서도 1승을 더 올렸겠죠. 에인절스 소시아 감독은 한 선수의 안타 기회 대신 희생번트를 시키며 연습한 팀 플레이를 맞췄습니다. 매든 감독도 특이한 수비 시프트 연습과 1패를 바꿨습니다.
감독의 능력이 부족해서였을까요. 악타 감독은 제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만난 12명의 감독들 중에서도 가장 열정이 넘쳤습니다. 야구를 사랑하고, 선수들을 매우 아끼는 지도자였습니다. 소시아 감독과 매든 감독은 메이저리그 감독상을 수상한 경력을 지난 명장 중에서도 명장입니다.
KBO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우측 상단에 시범경기 순위가 나옵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승패와 승률은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지만 팀 명 앞에 순위는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메이저리그가 좋다고 말한 것이 아닙니다.다만 시범경기는 승패가 아닌 주전 선수들에게는  컨디션 점검이, 후보 선수들에게는 기회 제공이 우선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팀 작전 수행 능력과 평가도 이뤄집니다.
이번 주 8개 구단은 각각 6경기 씩 스케줄이 잡혀있습니다. 일요일 경기가 끝나면 시범경기 1위부터 8위까지 나오겠죠. 그 순위가 중요할까요. 순위보다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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