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투가 주목받는 건 쉽지 않다. 최근 프로야구 무게중심이 불펜으로 흐르면서 중간계투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지만 여전히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을 빗겨간다. 그런데 여기 주목받는 중간계투가 등장했다. 한화 8년차 사이드암 정재원(28)이 그 주인공이다. 그를 찾는 취재진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 20일 한화-롯데전이 우천취소된 대전구장에서도 그랬다.
그가 주목받는 데에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사이드암으로 최고 150km 강속구를 뿌리는 광속 잠수함. 그의 특별함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벌써부터 '한화의 임창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재원도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그는 "원래부터 임창용 선배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정재원은 시범경기 3경기에서 모두 홀드를 따내며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 중이다. 5⅔이닝 동안 탈삼진을 무려 9개나 잡았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이다.
- 언제부터 좋아진 건가.

일본 오키나와에서 3번째 경기까지 안 좋았는데 그 다음부터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 원래부터 그렇게 공이 빨랐나.
군대를 다녀온 이후 공이 더 빨라졌다. 2004년 첫 시즌을 뛴 뒤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때는 수술과 재활로 훈련량이 많이 부족했다. 2007~2008년 공익근무를 하는 동안 오전·오후에는 근무를 하고, 야간에 따로 개인 연습을 했다. 제대 후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했다. 재활과 운동을 체계적으로 하다 보니 볼 스피드가 조금씩 빨라졌다.
-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 지금 이렇게 좋은가.
한용덕 투수코치님과 함께 투구폼을 교정했다. 예전에는 팔 스윙이 컸었는데 지금은 짧고 간결하게 바꿨다. 지난해 2군에 있을 때부터 한 코치님과 폼을 교정하는데 힘썼다. 그러다 보니 볼 스피드도 더 살아나고 제구가 잡히기 시작했다.
- 데뷔 후 오랜 시간 무명으로 지냈다.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기분이 어떤가.
기분은 좋다. 하지만 아직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는 아닌 것 같다. 시범경기이고 타자들도 제 페이스가 아니다. 본 경기에서 잘해야 한다. 사실 예전에는 나이가 많고 적은 것을 잘 몰랐다. 그런데 1~2년 하다 보니 벌써 20대 후반이다. 야구는 몸 관리를 잘하면 40살까지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30대 중반이 끝이다. 이제 많이 남지 않았다. 1년이라도 더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

- 삼형제 모두 야구를 한 걸로 안다. 요즘 형들은 어떤 말을 해주나.
형들은 '잘한다,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많이 해준다. '항상 자신감있게 하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다 야구를 했던 사람들이고 타자 출신이라 그런지 상대 타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부모님이 삼형제 모두 야구시키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꼭 보답해야 한다.
-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많이 생긴 듯하다.
2군에서는 괜찮았는데 1군에만 올라오면 맞으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오키나와 전지훈련 막판부터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있게 던지니 볼 스피드가 빨라지고 제구도 잡혔다. 변화구 제구도 잘되기 시작했다. 변화구는 커브 궤적처럼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
- 지난 2009년 12월 정종민에서 정재원으로 개명했다. 개명한 이유가 있다면.
그 이전부터 개명을 하려고 했다. 부모님께서 이름을 바꾸면 좋을 거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다들 바뀐 이름이 좋다고들 하더라.
- 올해 중간에서 활약할텐데 목표가 있다면. 혹시 선발 욕심은 없나.
2009년에 선발로 나가서 4패했다. 1~3회까지는 괜찮은데 확실히 4~5회 가면 힘이 떨어졌다. 선발이 힘들기는 힘들더라. 길게 가면 힘들어지는 스타일이라 중간이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1군에서 풀타임으로 뛰어본 적이 없다. 일단 1군에 오래 있는 게 목표다.
- 사이드암으로 최고 150km까지 던진다. 그런 모습이 팬들에게 인상적인 모양이다. '한화의 임창용'이라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나.
한화의 임창용? 그건 아니다. 그래도 그렇게 봐주신다면 좋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이드암 투수 아닌가. 원래부터 임창용 선배를 좋아했다. 등번호도 임창용 선배 것을 따라 달았다. 입단 후에는 37번을 달았고, 군제대 후에는 39번을 달았다. 모두 임창용 선배가 달았던 번호다. 지금 야쿠르트에서 달고있는 12번을 하고 싶었는데 동기 (박)노민이가 먼저 가져갔다. 앞으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언젠가 한국의 임창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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