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랜들 이후 두산 베어스서 30번을 배정받은 외국인 투수는 그리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라몬 라미레즈(29)가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서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월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두산이 새 외국인 투수로 선발한 우완 라미레즈는 140km대 중후반의 직구와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좋은 동시에 스트라이크존 좌우 제구가 좋은 싱커볼러로 팀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15일 사직 롯데 시범경기서는 4이닝 5실점으로 아쉬움을 비췄다.

최고구속은 142km에 그쳤으며 4이닝 동안 86개의 공을 던지며 9피안타(사사구 4개) 5실점(5자책) 탈삼진은 없었다. 모서리 제구를 하지 못하고 롯데 타자들에게 던지는 족족 공략당한 것.
김경문 감독은 그에 대해 "오히려 시범경기서 안 맞고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이상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라며 "1회 수비 집중도가 떨어져 선수 본인이 제대로 위력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이다"라는 말로 일단 믿음을 비췄다. 거물 좌완 오달리스 페레스의 영입이 무산된 후 직접 본 후보들 중 가장 괜찮다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
선수 본인은 "컨트롤이 전체적으로 높았다. 바깥쪽 공을 잘 노려치던데 앞으로는 과감한 몸쪽 승부로 나서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볼 끝이 죽거나 실투가 잦을 경우 과감한 몸쪽 승부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라미레즈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투구는 지난 19일 잠실 SK전서 상대 선발 게리 글로버가 보여준 5이닝 무실점 호투. 글로버는 이날 최고 146km에 사사구 없이 4피안타(탈삼진 1개) 무실점으로 활약하며 5-1 경기의 승리투수가 되었다.
글로버는 경기 후 "몸쪽 직구를 많이 던져 땅볼 유도를 노렸다. 운이 좋았다"라는 말로 투구를 자평했다. 기본적으로 몸쪽 제구가 좋았고 볼 끝도 묵직해 꽤 큼지막한 타구가 나와도 제대로 뻗지 못하고 담장 안쪽 뜬공이 되는 경우가 많아 시범경기 첫 등판인 12일 롯데전서 4⅓이닝 9실점(8자책)으로 무너졌던 기억을 상쇄한 글로버였다.
6일 청백전까지 포함하면 라미레즈의 국내 실전 등판은 이번 22일 잠실 넥센전이 세 번째. 팀 합류 시점이 늦었음을 감안해도 세 번째 등판서 맹위를 떨치지 못한다면 '두산 30번'의 아쉬움이 이어질 가능성은 크다.
2009시즌 개막 직전 랜들이 허리 부상으로 퇴출된 이후 후안 세데뇨, 레스 왈론드 등 30번을 이어받은 투수들은 팀 기대치에 걸맞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팀에서는 라미레즈가 랜들같은 믿음직한 2선발이길 바라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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