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구단' 엔씨소프트의 선택은 이상구(58) 전 롯데 자이언츠 단장이었다. 이는 곧 엔씨소프트가 롯데와의 직접적인 라이벌 구도를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엔씨소프트는 22일 이상구 전 롯데 단장을 초대 단장으로 확정, 발표했다. 2명의 최종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이 단장은 온화한 성품으로 선수단과 프런트의 신임이 두텁다. 더불어 최고 인기 구단인 롯데를 조용하지만 과감한 결단력을 지닌 채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 1983년부터 2009년까지 27년 동안 롯데 실무자로 잔뼈가 굵은 이 단장은 김해 전용 훈련장 건립과 사직구장 장기 임대를 성사시켰다. 또 한국 최초 외국인 사령탑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 만년 하위권의 롯데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기도 했다.

특히 2002년부터 8년 동안 롯데 단장을 지낸 이 단장은 제2의 홈이던 마산 관계자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곧 엔씨소프트의 새 연고지인 통합 창원시 정서에도 정통하고 있어 9구단 창단에 가장 걸맞은 인물로 꼽혔다.
엔씨소프트가 이 단장을 영입한 것은 결국 부산·경남의 정서와 함께 롯데가 가진 인력풀과 노하우를 모델로 삼겠다는 뜻이다. 비슷한 지역색을 유지하면서도 인기구단이 가진 야구적인 마케팅 실무 전략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엔씨소프트가 대결 구도 양상으로 비쳐진 롯데와의 관계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의 9구단 창단은 롯데의 벽에 번번이 부딪혀야 했다. 대기업 논리와 범연고권을 행사해 온 롯데가 통합 창원시를 연고로 내세운 엔씨소프트의 9구단 창단에 직접적인 반대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이에 엔씨소프트의 대응도 조심스러웠다. 지난 2월 9구단 창단 우선협상권을 확정지은 자리에서 "양보해주신 롯데에 감사한다"며 "엔씨소프트의 진정성을 계속해서 보여줘 롯데의 걱정이 기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공생하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 단장의 영입으로 이제 엔씨소트프와 롯데는 라이벌 구도가 불가피해졌다.
전 롯데 인사가 단장으로 내정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정서의 연고지만으로도 엔씨소프트와 롯데는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또 이 단장이 가세함에 따라 그 행보가 롯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당장 로이스터 전 감독, 박영태 전 롯데 수석코치 등이 엔씨소프트 초대 감독설로 부각된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거꾸로 보면 엔씨소프트 소식에는 항상 롯데가 부각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 단장의 엔씨소프트행은 곧 롯데와의 '동반 혹은 경쟁'을 뜻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불러모을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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