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서 매섭게 방망이를 휘두르던 타자. 그러나 새롭게 바꾼 등번호와 관련해 딸의 이야기를 하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무한준' 유한준(30. 넥센 히어로즈)이 2011 시범경기서 무서운 2번 타자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유한준은 지난 22일 시범경기 잠실 두산전서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해 5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16-3 대승을 이끌었다. 유한준은 시범경기 첫 홈런을 때려낸 데 이어 2번 타순에서 4타점으로 '밥상 엎는 테이블세터'의 위력을 내뿜었다.

시범경기 8차례에 주로 2번 타자 출장이 잦았던 유한준의 시범경기 성적은 3할2푼1리 1홈런 7타점에 장타율 4할6푼4리 출루율 3할6푼7리(22일 현재)다. 팀내 타점 단독 1위(전체 공동 2위)이자 규정타석을 충족한 팀 내 타자들 중 가장 높은 장타율을 자랑 중.
희생번트 능력나 주루 플레이가 돋보이기보다 한 방을 때려낼 수 있는 중장거리형 2번 타자는 흔하게 찾기 힘들다. 2003~2004년 텍사스서 2번 타자로 활약한 행크 블레이락(탬파베이)이나 1999~2000년 니혼햄의 2번 타자였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 정도가 2번 타자로 파워까지 내뿜었던 경우.
일단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중장거리 타자로서 한 방도 때려낼 수 있는 2번 타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 유한준의 각오다. 그는 "스윙폭 등을 스스로 살피기도 했지만 2번 타순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내가 들어선 상황이 어떤지 알고 그에 걸맞는 타격을 하고자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현대 시절 39번, 지난해 12번을 등번호로 삼았던 유한준은 올 시즌 61번을 택했다. 선수에게 등번호는 자신을 팬들에게 각인시키는 또 하나의 수단이라 중요시하는 선수가 많다. 유한준에게 61번을 택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 그거요. 이거 말해도 되나.(웃음) 지난해 우리 딸아이(하진 양)가 6월 1일에 태어났거든요. 우리 딸 생일을 등번호로 택하면 운이 따를 것 같아서요".
지난해 첫 득녀의 기쁨으로 당일 세 시간 밖에 잠을 못 청했음에도 만면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던 아버지 유한준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당시 광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타점 본능을 뽐내던 유한준은 딸이 태어난 첫 해 2할9푼1리 9홈런 79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성적을 올렸다.
행운을 가져다 줄 새 등번호와 새로운 타순에서 2011시즌 맹활약을 기다리는 유한준. '딸바보 2번 타자'는 201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해 방망이를 더욱 거세게 휘두른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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