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계선수권 첫 우승' 조해리, "로또 맞았죠"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1.03.23 08: 28

"둘째 날까지 7등이었어요. 마지막까지 최선만 해보자는 각오였죠. 그런데 역전 우승이라니...로또 맞은 기분이었다니까요".
지난 14일 영국 셰필드에서 막을 내린 2011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선수권을 떠올린 조해리(26, 고양시청)는 여전히 들뜬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눈치였다. 폴란드 바르샤바서 열린 세계팀선수권 우승까지 손에 넣었지만 마음은 셰필드에 있었다.
그럴 만했다. 생애 첫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 그것도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그 전까지 조해리의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은 종합 3위였다.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그 벽을 넘지 못하던 조해리가 빛을 발한 무대였다.

▲ 셰필드에서 일어난 기적
사실 조해리에게 셰필드의 첫 인상은 사나웠다. 첫 종목인 1500m에서 동메달에 머물렀다.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유일하게 금메달을 딴 종목이었다. 500m에서는 더욱 형편없었다. 메달 권에서도 한참 벗어난 14위에 그쳤다. 중간 선두를 의미하는 빨간 헬멧과는 거리가 멀었다. 감기 몸살로 아프기까지 했다.
그러나 기적은 마지막 14일 일어났다. 여자 1000m 결승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아라아나 폰타나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더니 3000m 슈퍼 파이널에서도 당당히 선두로 골인한 것. 전날까지 종합 7위에 불과했던 조해리가 81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로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조해리는 "솔직히 믿을 수 없었어요. 엄마도 '웬일이니'를 연발하실 정도였으니까요. 둘째 날까지 7등이었어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해보자는 각오였죠. 그런데 역전 우승이라니...로또 맞은 기분이었다니까요. 후배들이 가슴에 안기는데 왈칵 눈물이 났어요"라고 말하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 조직력이 일궈낸 팀선수권 우승
세계선수권의 유일한 아쉬움은 최종전인 3000m 계주에서 양신영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 여자 대표팀 전체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설상가상으로 양신영은 어깨 탈골이라는 큰 부상까지 입었다.
다행히 그 아쉬움을 날려버릴 기회가 바로 왔다. 19일부터 20일까지 바르샤바에서 열린 팀선수권이었다. 작년에도 우승을 차지한 대회였지만 양신영을 위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전력을 다했고, 결국 '난적' 중국을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조해리는 "(양)신영이가 아픈 몸을 이끌고 팀선수권까지 따라가겠다는 거예요. 경기에 나설 수 없는데도 말이죠. 저도 세화여고 시절에 왼쪽 어깨 근육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으니 그 마음이 이해됐죠. 그래서 후배들한테 더욱 열심히 하자고 강조했는데 다행히 우승을 차지했어요.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을까요?"라고 말했다.
▲ 맏언니의 조심스러운 목표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다면 다음 목표는 당연히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다. 그러나 조해리는 "출전도 장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발목을 잡는 탓이다. '아직 어리다'는 지적에도 조해리는 "스케이터로는 환갑이에요. 선배들은 저보다 어린 나이에 은퇴했는 걸요"라고 대답할 정도였다.
조해리는 올림픽이 열리는 2014년에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라는 사실에 부담감을 숨기지 못했다. "대표팀에서 제가 맏언니에요. 막내인 (김)담민이랑 나이 차이가 9살이라니까요. 코치 선생님들은 담민이 보고 저한테 이모라고 부르라고 할 정도에요. 쉽게 올림픽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3년 뒤에는 30살이에요".
물론, 조해리가 올림픽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올림픽에 출전할 때까지 현재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면 도전하겠다는 뜻이었다.
조해리는 "솔직히 고민이 많아요. 그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희망은 있어요. 제가 대기만성 형이거든요. 전성기 때도 세계선수권에서 종합 7위가 최고였어요. 그런데 지금 우승을 차지했잖아요.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 볼게요"라면서 "지금 올림픽을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응원해주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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