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PD 하차를 두고 온라인이 뜨겁다.
MBC '나는 가수다' 연출을 맡고 있는 김영희 PD는 지난 방송에서 7위를 차지한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줬고, 이로 인해 서바이벌이라는 원칙에 위배된 방송을 제작했다는 '폭풍 비난'을 받았다.

비난 여론이 뜨거워지자, 23일 MBC는 보도자료를 통해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피디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MBC는 "녹화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서 규칙을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면서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물어 김 피디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이어 MBC는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MBC의 결정에 출연가수들도, 시청자들도 충격에 휩싸였다. 출연 가수 매니저들은 즉각 회동을 갖고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회의에 들어갔고, 시청자들은 해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돌아가는 사태가 점점 '막장 드라마' 같네요. 저희들이 바라는 것은 딴 거 없습니다. 제작진의 사과와 앞으로 원칙을 고수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PD를 교체하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네요. 다시 생각해 주세요"
"피디 교체는 정말 잘못된 선택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방송 3회 만에 피디 교체라뇨? 비난이 오는 것도 그만큼 우리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아서이다 생각해주시고 이겨내셔야죠" 등 김영희 PD 하차를 반대하는 내용이 줄을 잇고 있다.
사실 '나가수'와 같은 프로그램이 출범할 수 있었던 것은 김영희 PD의 역량에 기대 바 크다. 이소라, 김건모, 김범수, 윤도현, 박정현, 백지영 등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가창력을 가진 이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그들을 '서바이벌'이라는 장에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김영희 PD가 방송계에서 쌓아온 관록과 신뢰 때문이다.
출연진 역시 "김영희 PD 때문에, 김 피디 보고 출연했다"고 입을 모은다. 예능 울렁증을 가진 이들 대부분이 소름끼치는 무대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할 수 있었던 것은 김영희 PD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
김영희 PD 역시 '나가수'가 방송되기 전 "이번 섭외를 위해 3개월 밤낮을 공을 들였다. 사실 이 분들 모두 현재 가요계에서 어느정도 위치를 점하고 있어 아쉬울 것이 없다. 하지만 대중가요의 발전를 위해 어떤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제작진의 진정성을 보고 어렵게 출연을 결정했다"고 이번 프로그램을 출범시키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22일 경기 일산에서 만난 김 피디는 "당시 출연 가수들이 김건모의 7위에 패닉에 빠져 있었다. 도저히 방송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제작진들과 회의 끝에 어렵게 재도전 의사를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2년 넘게 고전했던 '일밤'을 살린 건, 김영희 피디가 출범시킨 '나는 가수다'이다. '나가수'는 리얼이 대세인 예능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시청자들의 목마름을 채워줬으며, 아이돌판인 가요계에도 큰 변화를 불어넣고 있다.
방송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나가수'를 처음부터 진두지휘해온 김영희 PD의 성급한 교체는 '양은냄비' 같은 방송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bonb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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