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기존의 것에서 탈피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한화는 올해 마운드에 변화를 줬다. 6년차 우완 투수 유원상(25)이 핵심이다. 지난 3년간 유원상은 선발로 기용됐다. 그러나 5승씩 거두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결국 한대화 감독은 변화를 주기로 했다. 선발이 아닌 중간계투로 돌리기로 한 것이다. 구원 유원상이 선발 유원상보다 팀에 더 큰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한대화 감독이 노리는 있는 부분이다.
한 감독은 유원상에 대해 "그동안 선발은 많이 해보지 않았는가. 선발로는 매년 5승씩밖에 올리지 못했다. 작년엔 선발이 없으니까 선발로 기용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선발 자원들이 조금 있다"며 "선발로는 집중력이 떨어진다. 1~3회까지는 잘 던져도 4~5회에 많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보면 1~3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 어떻게 다듬느냐 여부에 따라 특급 중간계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감독은 "유원상은 짧게 집중력있게 던지는 게 본인한테 좋을 수 있다. 보직 변경도 결국은 유원상 본인을 위한 것이다. 중간으로 몇 번 던져봤는데 괜찮아 보인다. 1~2이닝 정도는 잘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원상은 시범경기 4경기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이다. 7이닝 동안 안타 8개에 볼넷 3개를 줬지만 탈삼진도 6개를 잡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
한용덕 투수코치도 구원투수 유원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코치는 "(유)원상이는 마운드에서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집중력이 떨어진다. 마운드 위에서 산만하고, 집중하는 면이 떨어진다. 오랜 이닝을 던지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구위가 좋기 때문에 오히려 중간에서 던지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짧은 이닝을 힘 있게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코치는 "이제는 어른스러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한 감독도 지난 23일 대전 삼성전에서 결승 홈런포를 맞고 흔들린 유원상에 대해 "맞을 수는 있는데 지고 있는 경기라도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원투수 유원상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2008년 후반기에 유원상은 불펜에서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친 바 있다. 2008년의 유원상은 불펜으로 나온 11경기에서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2.16으로 위력을 떨쳤다. 당시 짧은 이닝에도 묵직한 공과 낮게 깔리는 슬라이더로 타자들의 헛방망이를 유도했다. 당시 25이닝 동안 잡은 탈삼진이 21개였다. 중간계투로 훨씬 인상적인 활약을 한 것이다.
올해 한화는 선발 자원은 조금 생겼지만 불펜이 불안하다. 마무리 오넬리 페레즈가 든든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선발과 마무리를 이어줄 허리진이 다소 부실하다. 박정진이 건재하고 최진호와 정재원이 뜨고 있지만, 불펜은 양적으로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곳이다. 그런 상황에서 유원상이 불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면 개인에게나 팀에게나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구원투수' 유원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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