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의 절대적인 믿음이 결국 메이저리거를 깨웠다.
삼성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30)가 이제야 메이저리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코는 지난 23일 대전 한화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작렬시키는 등 3타수 2안타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범경기 8경기에서 홈런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던 삼성은 가코의 연타석 홈런으로 그간 쌓였던 대포 갈증을 시원하게 씻어버릴 수 있었다. 가코의 대포 가동으로 류중일 감독의 답답했던 속도 뻥 뚫렸다.
가코는 영입할 때부터 큰 화제를 모은 선수였다. 클리블랜드 소속이었던 지난 2007년 풀타임 주전으로 타율 2할8푼9리 21홈런 61타점으로 활약한 가코는 2009년까지 메이저리그 주전급으로 뛴 선수였다. 2010년 이후 자리를 잃으며 이곳저곳 옮겨다녔지만 2년 전까지 메이저리그 주전급으로 뛴 선수의 존재는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공격야구를 표방한 삼성에게도 3년만의 외국인 타자 가코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가코가 미국을 떠나 한국을 택한 건 새로운 기회에 대한 욕구 때문이었다. 가코는 "매일 경기에 출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풀타임 주전으로 뛰기는 힘들었다. 내게는 뛸 수 있는 기회와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를 향해 류 감독은 "나는 믿을거야, 가코 믿을거야"라며 절대적인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그리고 그 믿음은 메이저리거를 일깨웠다.
류 감독은 "가코가 방망이 돌리는 게 많이 좋아졌다. 배트스피드가 좋아져 자신있게 돌리고 있다. 빗맞은 것도 있고, 잘맞은 것도 있는데 많이 쳐주면 좋다. 무조건 가코를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기대대로 가코는 서서히 방망이를 달구며 메이저리거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야구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코는 "한국투수들은 제구가 좋지만 스피드는 떨어진다. 야구는 어디에서든 똑같다. 미국과 큰 차이없다"고 설명했다.
가코가 중요한 이유는 삼성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4번타자 최형우도 있지만 현대 야구에서는 3번타자의 중요성이 더 크게 부각된다. 전형적인 거포 스타일은 아니지만, 정확하게만 잘 맞혀도 국내에서는 많은 홈런을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굳이 홈런이 아니라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여 궁극적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가코의 역할이다. 가코는 "매경기 팀의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 공격, 특히 타점에서 좋은 기록을 내고 싶다"고 올 시즌 포부를 드러냈다.
가코는 "지금 부인도 함께 한국에 있다. 이곳에서 값진 경험을 하고 싶다"며 "지금 모든 게 좋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고 좋은 코치들과 동료들을 만났다. 정규시즌이 기다려진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도 "이번 홈런을 계기로 가코가 한국야구에 더 적응해서 계속 좋은 활약을 펼치기를 바란다"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든든한 후원자가 있어 가코의 앞날이 더 기대된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