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투수의 팀이라 불러줘".
박종훈(52) LG 감독이 마운드에 대한 올 시즌 바람과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 감독은 2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시범경기에 앞서 원정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24일부터 펼쳐지는 롯데와의 2연전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시범경기에서 가장 화끈한 공격력을 보이고 있는 두 팀간의 맞대결이기 때문이었다. 저마다 '방망이 대 방망이'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이 말에 동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말하지 말고 앞으로는 LG를 투수의 팀이라 불러달라"고 웃으며 당부했다.
LG는 이날 경기 전까지 2할9푼9리의 롯데에 이어 팀타율이 2위(.297)를 차지했다.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팀타율이 6위(.243)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팀평균자책점은 더욱 변화가 컸다. LG는 이 부문에서 단연 1위(2.47)를 달렸다. 유일하게 2점대 팀평균자책점이기도 했다. 작년 시범경기에서 5.88로 8개 구단 중 최하위 팀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3점 이상 차이가 났다.
특히 LG는 지난 시즌 팀타율이 3위(.276)였지만 팀평균자책점이 7위에 머물러 균형을 잃었다. 4강 탈락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기록만 보면 타자들의 노력을 투수력이 따라주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이에 박 감독은 캠프 기간 동안 "투수와 야수간의 신뢰"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했다. 마운드의 안정과 수비의 적극성이 서로 긴밀하게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결국 비록 시범경기지만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날 LG는 비록 SK에 3-4로 패하긴 했다. 그러나 전날과 마찬가지로 1-3으로 뒤져 패색이 짙던 경기를 9회 균형을 만들었다. 이틀 연속 9회 역전승의 감격을 누리는데는 실패했지만 무서운 방망이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는 곧 LG 마운드가 실점 위기를 계속해서 넘겼기 때문에 찾아온 찬스이기도 했다.
박 감독이 말한 "투수의 팀"이라는 말 속에는 LG가 올 시즌 변화하고 추구하려는 목적이 잘 함축돼 담겼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박 감독은 "리빌딩은 곧 승리를 뜻한다"면서 "결국에는 이기기 위한 작업이며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성적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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