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에서 좋은 모습을 못 보였으니까요. 그나마 만회했던 것 같아요".
여러 부위의 부상을 겪으며 힘들었던 시즌. 그러나 투수는 가장 눈부셨던 그 날의 쾌투를 잊지 못했다. 다시 한 번 선발로 가능성을 시험받는 좌완 이현승(28. 두산 베어스)이 지난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스파이크 끈을 동여맨다.

이현승은 지난 23일 잠실구장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4이닝 동안 62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시범경기는 4이닝 이상 투구 시 선발승 자격이 주어진다.
시범경기 2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23.63(25일 현재)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간 외국인 우완 라몬 라미레즈를 대신해 선발 로테이션에 가담하게 된 이현승. 그는 시범경기 5차례서 승 2홀드 평균자책점 0이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전지훈련 출발 전 "이현승이 올해는 정말 잘 할 것이다"라는 김경문 감독의 '예언'까지 있었던 만큼 다시 돌아온 선발 이현승을 향한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사실.
경기 후 이현승은 "전력을 다했다.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려 노력했다"라며 "내게는 선발로서 시험대였던 만큼 최대한 열심히 했다"라는 말로 다시 찾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음을 밝혔다. 사실 이현승은 계투만이 아닌 선발로도 활약할 수 있는 양용형 투수를 목표로 전지훈련서 구슬땀을 흘렸다.
2009년 12월 30일 좌완 금민철과 현금 10억원의 반대급부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현승이었지만 지난 시즌 3승 6패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75에 그쳤다. 시즌 후반기 계투로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팔꿈치, 어깨, 허리 등 몸상태가 좋지 않아 제 실력을 뽐내지 못했던 것.
그러나 지난해 10월 13일 대구서 열렸던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은 이현승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 경기다. 이미 직전 4경기에 모두 등판했던 이현승은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3⅔이닝 1피안타(탈삼진 7개)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함께 대결을 펼쳤던 현대 입단 동기 장원삼이 텀을 두고 등판한 데 비해 이현승은 매 경기 마운드에 오르고도 마지막 경기서 혼신의 역투를 보여줬다.
"그 느낌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어요. 팀에서 절 힘들게 데려왔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경기가 많았잖아요. 그 죄송함을 그나마 만회했던, 그리고 지금의 절 살게 한 기억입니다".
그날 호투 후 이현승은 허리 부상으로 인해 미야자키 마무리훈련 대신 통원치료를 받았다. 팀이 패하며 시즌이 끝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날 잘 던졌기 때문인지 선수 본인이 스스로 자신감을 굉장히 회복한 경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 때 병원에 다니면서 의사 선생님께서 간호사들한테 '야구선수 이현승이니 특별히 잘 해줘야 한다'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아파도 찡그리지도 못하고 그냥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다니까요".(웃음)
다시 찾은 선발 기회. 이현승은 2011년 첫 시험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점수를 얻은만큼 더욱 분발하겠다는 각오로 이야기를 마쳤다.
"안 아프고 시즌을 마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풀타임 선발 투수로 시즌을 치렀으면 좋겠어요".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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