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선 남성이 소설 한 편을 이 세상에 ‘던졌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젊은 날을 보내고 육십 고개를 앞두고 있는 그는 독자들에게 새삼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중동 땅 D건설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그 작가는 주동하(56) 씨이다. 주 씨가 장편소설 (도서출판 나래짓)을 펴낸 뜻은 곡절 많은 우리네 한 살이를 증명하고자 함이다.
대학시절부터 문학에 관심과 뜻을 두고 있었던 주 씨는 뒤늦게 늦깎이 소설가로 이름을 올리면서 “나도 언젠가는 소설 하나를 써야지. 평소에 생각했던 일이다. 드디어 소설 하나를 완성했다. 소원을 이룬 느낌이다. 스스로 도취되어 쓴 글이다. 비난이 있을 수도 있고, 칭찬이 있을 수도 있다. 독자들에게 맡긴다.”고 머리글에서 밝히고 있다.

주 씨는 소설 속 묘사처럼 실제로 실직의 아픔에 시달리면서 밥벌이를 손에서 놓고 어쩔 수 없이 쉬게 된 사이, 소설 창작에 열정을 쏟아 6개월간의 산고를 거쳐 우리를 질박한 ‘소설 속으로의 여행’으로 안내한다. 생업의 실패로 구렁텅이 빠져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쓰는 것 뿐’이라는 절박한 심정에 매달려 창조해낸 산물이다.
작가의 체험이 짙게 무르녹아 있는 소설의 주 무대는 중동의 건설 현장이다.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의 한국건설회사의 현장에서 일했던 작가의 중동 체험이 단순한 소재로만 머무르지 않고 삶의 근본적인 의미를 캐묻는 단계로 진화했고, 소설의 지평을 넓히고 소재의 확장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인공 제이는 예정된 삶대로라면, 한국에서의 즐거운 휴가를 마치고 다시 중동의 건설현장으로 복귀해야한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급변한다. 예정된 삶이란 얼마나 무의미한가. 불확실한 삶의 길에서 그는 예기치 못한 실직과 가까운 가족의 죽음, 송사 따위에 휘말려 소용돌이친다. 죽음에 대한 살아남은 자의 관조와 응시, 그리고 명료한 시각을 이 소설은 드러내고 있다.
소설은 중동 건설현장이 바탕에 깔려 있고, 이슬람교와 불교, 기독교가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가의 종교관, 죽음에 대한 성찰, 법과 정의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이 소설은 캐묻는다.
소설은 중동건설과 이슬람, 죽음과 기독교, 어머니와 불교, 송사와 정의 등 4장으로 구성돼 있지만, 종교적인 소설은 아니다. 그저 우리네의 삶에 배어 있는, ‘일체화(一體化)’ 돼 있는 종교를 밑그림으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읽기 쉬운 문장에 술술 풀려나가는 소설 속 여행이 독자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공감을 살 수 있는, 1970, 180년대 우리 곁에서 늘 들을 수 있었던 주변 이야기가 삶의 중심부로 파고든다.
작가는 소설 속 화자(話者)인 제이를 통해 삶의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인생 속으로의 여행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내일 중동으로 튈지, 죽음으로 튈지, 종교 속으로 튈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제이는 인생은 목적지도 없고 도착하는 시간도 모르는, ‘시간 속으로 밀려가는’ 여행이라고 되뇐다. ‘세상에서의 여행은 목적지가 있지만 인생 속에서의 여행은 목적지가 없다. 세상에서의 여행은 시간을 알 수 있지만, 인생 속에서의 여행은 시간을 알 수 없다.’고 제이는 생각한다.
‘삶은 죽음으로 향하는 여행이다. 삶은 영원히 머물 수 있는 안식처가 아니다. 죽음은 끝없는 여행의 한 과정일 뿐이다. 육체를 벗어버린 영혼은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는 대목이나, ‘신은 있다. 영적인 것, 초월적인 존재가 실재한다. 육체는 시간을 초월할 수 없다. 그러나 영혼은 시간을 초월할 수 있다. 잘 가꾸어놓은 영혼은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작중 주인공 제이의 독백은 작가의 사생관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늦깎이’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시로도 손길을 뻗쳐 사단법인 창작문학 예술인협의회 주관 2011년 2월 신인문학상 수상자로도 선정되는 등 글쓰기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chu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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