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에 연착륙하는 것인가.
한화 7년차 우완 장신 투수 양훈(25)이 선발로 연착륙하고 있다. 양훈은 지난 2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와 6이닝 7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시범경기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투구내용이 안정돼 갔다는 점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와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발로 테스트받고 있는 양훈은 사실상 선발진 한 자리를 굳혔다.
지난 2005년 속초상고를 졸업하고 2차 1번 전체 4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양훈은 대부분 시간을 불펜에서 보냈다.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2009년에도 구원 투수였다. 지난 6년간 통산 219경기에서 선발로 나온 경기는 29경기. 이 29경기에서 양훈은 9승15패 평균자책점 6.04로 딱히 인상적이지 못했다. 퀄리티 스타트는 7차례밖에 되지 않았고,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게 11차례였다.

하지만 올초 스프링캠프에서 부쩍 좋아진 구위와 제구력을 바탕으로 선발 전환이 검토됐다. 양훈의 마지막 선발 등판은 지난 2008년 7월30일 목동 넥센전이다. 2년 넘게 선발을 떠나 구원으로 활약했으나 선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없었다. 오히려 연투 부담이 많은 구원보다 일정한 간격을 통해 몸 관리를 받으며 준비할 수 있는 선발이 몸에 맞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볼 구위도 좋아 선발 테스트를 받았다.
지난 12일 시범경기 개막전이었던 대전LG전에서 3이닝 4피안타 3볼넷 2탈삼진 3실점했던 양훈은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4이닝 2피안타 4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넥센전에서도 양훈은 힘으로 윽박지르는 대신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넥센 타자들을 철저하게 맞혀잡았다. 총 95개의 공을 던지며 시즌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계속 던지겠다는 의사를 드러낼 정도로 의지를 보였다.
경기 후 양훈은 "경기를 할수록 이닝이 진행될수록 힘을 빼고 던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힘으로 승부하는 구원과 달리 선발은 강약조절이 필요한 자리. 경기를 통해 스스로 그것을 느낀 것이다. 이어 그는 "변화구로 커브와 슬라이더를 섞어가며 던지니 편했다"고 설명했다. 직구 위주로 승부한 구원 시절과는 달리 큰 키에서 떨어지는 각도 큰 변화구로 강약조절 효과까지 봐다. 그는 "안타를 많이 맞았지만 수비와 포수가 도와줘 실점이 적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대화 감독은 "볼 자체는 괜찮은데 얼마나 경기운영능력을 키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한용덕 투수코치는 "선발 경험이 있는 투수라서 적응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선발로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체력적으로 괜찮다"고 낙관했다. 과연 양훈이 기대대로 시즌 후에도 한화 선발진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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