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금민철, 그들의 2011시즌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3.26 07: 24

3년 터울 고교 선후배가 소속팀을 맞바꾼 트레이드. 1년 여가 지난 현재 그들은 다시 한 번 팀의 좌완 선발로서 새 시즌을 맞는다. 두산 베어스 이현승(28)과 넥센 히어로즈 금민철(25)이 2011시즌 맹활약을 다짐한다.
 
2009년 12월 30일은 히어로즈발 트레이드로 이현승-금민철+현금 10억원이 맞바뀐 날이다. 삼성(장원삼-박성훈+김상수+현금 20억원), LG(이택근-박영복+강병우+현금 25억원)에 비해 맞교환 가치가 대등했던 이 트레이드는 히어로즈가 금민철의 가치를 인정, 2009시즌 13승을 올린 이현승의 이적에 걸맞는 카드를 받고자 강력하게 요구한 끝에 성립된 경우다.

 
그리고 금민철은 지난 시즌 6승 11패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하며 넥센 선발진서 한 몫 했다. 투구 밸런스 붕괴로 시즌 중,후반 2군에 내려가기는 했으나 시즌 초 금민철은 상대 1선발 카드에 뒤지지 않는 활약으로 분전한 실질적 에이스였다.
 
반면 이현승은 팔꿈치-어깨-허리로 이어진 연속 부상 속 3승 6패 4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75로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 후반기와 포스트시즌 좌완 계투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좌완 선발로 시즌 10승 이상의 실적을 기대했던 것과는 동떨어졌다.
 
트레이드 2년차 시즌. 이들은 각자 소속팀에서 선발진 한 축으로 시즌을 맞게 될 예정이다. 이현승은 외국인 우완 라몬 라미레즈의 극도 난조를 틈 타 다시 선발진에 합류했다. 금민철 또한 브랜든 나이트와 함께 개막전 선발 후보로 꼽힌다. 개막 선발로 등판하지 못한다면 친정팀 두산과의 홈 개막 선발 등판 가능성도 높다.
 
▲ 이현승, "기왕이면 풀타임 선발로"
 
이현승에게 2010시즌은 엄청난 부담과도 같았다. 2009시즌 동기 장원삼과 선배 마일영 등 '좌완 3인방' 중 동료 두 명의 부진 속 홀로 13승을 올리며 에이스 노릇을 했던 이현승은 우승이 간절했던 두산에서 2년 연속 10승 이상을 노렸으나 부상으로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시즌 초 말 못할 고민이던 팔꿈치 통증이 있던 상황서 계속 로테이션에 가담하다보니 어깨에도 무리가 가며 제 실력을 보여주기 힘들었고 결국 재활군에 내려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계투 35경기 등판 시 1승 1패 4홀드 2세이브 평균 자책점 2.06의 호성적을 올렸으나 국내파 좌완 선발 10승 이상의 예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개인적 목표이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도 수포로 돌아갔다.
 
2011시즌 팀 우승을 위해 군입대를 1년 미루고 다시 한 번 스파이크 끈을 동여맨 이현승은 "이제 아프지 않다. 전지훈련 초반에는 몸 상태가 다소 아쉬웠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괜찮아졌다"라며 웃었다. 지난 23일 친정팀 넥센과의 경기서는 4이닝 1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두며 4선발로서 '청신호'를 밝혔다.
 
"선발 등판 전날(24일) 경기 끝나고 통보받았어요. 선발로 뛰어보라고.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오랜만의 선발 등판이라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보답해야지요".
 
그의 장점은 예리한 제구력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구사능력. 김경문 감독이 현대 시절부터 이현승에게 주목했던 이유들이다. "아프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선발로서 시즌 끝까지 활약하고 싶다"라며 이현승은 한결 부담을 덜어낸 표정을 지었다.
 
▲ 금민철, "직구 스피드 아쉽지만 신무기도 있다"
 
금민철은 2010시즌 많은 것을 겪었다. 두산 시절에도 기대를 모았으나 4선발 이상의 기대치를 받지 못했던 금민철은 넥센 이적 후 일약 1선발로 시즌을 맞아 데뷔 첫 완봉승(4월 18일 청주 한화전 9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5월 15일까지도 2.72의 탁월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좌완 에이스 노릇을 했던 그였다.
 
그러나 6월서부터 그는 점차 흔들렸다. 투구 밸런스가 한순간에 무너진 뒤 좀처럼 이를 회복하지 못하며 결국 7월 중순에는 '강진 유배'를 가기도 했다. 9월 3경기 평균자책점 1.59로 호투했으나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던 한 해다. 금민철 또한 광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서 탈락하며 태극마크를 향한 푸른 꿈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밸런스가 무너지고 나니 감을 다시 잡는 게 진짜 어려웠어요. 시즌 초반에는 5일 턴, 4일 턴으로 등판하기도 했고. 보여줘야 했던 입장이었던지라 더욱 잘 했어야 했는데 밸런스가 무너져버린 게 아쉬워요".
 
지난해 스프링캠프서 최고 142km의 공을 던지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던 금민철이지만 올해는 페이스가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 특히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서는 강봉규의 강습 타구에 왼팔을 맞으며 코칭스태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부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직구 스피드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22일 잠실 두산전서 3⅓이닝 2실점을 기록한 그의 최고 구속은 133km에 불과했다. 1회 김동주에게 투런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으나 특유의 커터성 직구가 이전에 비하면 느린 편이었다. 또 하나의 주무기인 슬로커브의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위안거리.
 
"아직 개막 후 첫 선발 등판 언질은 못 받았어요. 잘 해야지요"라며 웃은 금민철. 22일 경기서 구사한 슬로커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금민철은 갑자기 "몇 km짜리 커브를 보신건가요"라며 질문을 던졌다. '100km대 초중반도 있었지만 투구판 가장자리서 던진 111km짜리 커브도 좋았던 것 같다'라고 답하자 그는 다시 한 번 웃으며 바뀐 점을 이야기했다.
 
"사실 110km대 공은 슬라이더였어요. 아니, 슬라이더라기보다는 슬러브(슬라이더+커브)라고 해야하나". 그립을 보여줄 수 있겠냐는 질문에 금민철은 왼손에 공을 쥐어보였다. 엄지와 검지 사이의 간격은 커브를 던질 때처럼 꽤 많이 떨어져있었지만 검지와 중지 끝은 슬라이더 그립처럼 실밥에 닿아있었다. 슬로커브보다 낙폭을 줄인 대신 슬라이더에 비해 직구와의 스피드 차이를 높인 금민철의 신무기다.
 
"아직 직구 스피드가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고 있어서요. 완급 조절 구종을 일단 구사하면서 페이스 상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선발 주축으로서 여러가지를 배우게 했던 2010년은 지금의 금민철에게 정말 다양한 경험을 쌓아준 모양이다.
 
farinelli@osen.co.kr
 
<사진> 이현승-금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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