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암 선발' 박현준이 기대되는 이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3.27 07: 33

그저 시범경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잠수함 선발 투수가 드문 현 상황서 움직임이 좋은 공을 거침없이 뿌렸다는 점은 분명 높이 살 만 하다. 박현준(25. LG 트윈스)이 2011시즌 LG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인가.
 
박현준은 지난 26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두산과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서 4⅔이닝 동안 72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박현준은 2-0으로 앞선 5회 윤석민을 3루 땅볼로 처리한 뒤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오른손 검지에 굳은살이 살짝 밀려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이 2-3으로 역전패하기는 했으나 박현준의 호투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지난해 국내 프로야구서 사이드암 선발로 두각을 나타낸 이는 이재곤(롯데)이 사실상 유일무이했다. 이재곤은 잠수함 투수 특유의 싱커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땅볼 유도형 투수로 지난해 8승 3패 평균자책점 4.14의 호성적을 거뒀다. 최고 140km에 미치지 못하는 공이었으나 홈플레이트 근처서 타자를 농락하는 공이 인상적이었다.
 
그에 반해 26일 박현준은 이재곤과 다른 스타일의 투수임을 확인시켰다. 이날 최고 149km를 기록한 박현준은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로 첫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움직임이 좋은 120km 중후반대 몸쪽 슬라이더로 2스트라이크까지 이끌어 내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좋은 직구 구위를 기본으로 슬라이더 제구까지 탁월한 모습을 비춘 것.
 
박현준의 이날 투구는 과거 임창용(야쿠르트)이 삼성서 선발로 활약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삼성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했던 임창용은 3년 간 44승을 거뒀다. 2002시즌에는 17승 6패 평균자책점 3.08로 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일조했다.
 
임창용은 사이드암 투수 답지 않은 빠른 직구로 타자를 일축하던 스타일의 투수. 오버스로 투수보다도 더 빠르고 묵직한 공을 구사하는 만큼 임창용은 투구폼을 기본으로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동시에 포수 미트에 공이 꽂히는 순간 묵직한 파찰음으로 타자에게 더 큰 위력을 발산했다. 임창용이 팔꿈치 수술 후 재활, 그리고 일본으로 이적한 뒤 국내 프로 무대서는 한동안 임창용 스타일의 선발 투수를 볼 수 없었다.
 
박현준은 2009년 SK에 2차 1순위로 입단하던 당시 최고 151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엄청난 기대를 불러일으킨 바 있고 현재도 빠른 공을 주무기로 삼는 사이드암 투수 중 한 명이다. 비록 SK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지난 시즌 도중 LG로 트레이드 되었으나 그는 새 팀에서 또 다른 기회를 얻고 있다.
 
올 시즌부터 LG가 잠실 이동식 담장 설치 없이 다시 홈경기를 치르게 된 만큼 투수 지향적 환경이 갖춰진 것도 박현준에게는 호재. '임창용의 재림'을 연상케 하는 공 빠른 사이드암 박현준이 LG 선발진에 본격 가세해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LG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 될 것이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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