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한국 여자배구를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일본 JT 마블러스에 임대 선수로 가 있는 김연경(23)의 출전 여부가 화제가 됐다. 일본배구리그는 지난 14일 지진 피해로 인해 남은 정규리그와 함께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연경의 복귀가 점쳐졌다.

흥국생명의 최대 잔여 경기수를 12게임(플레이오프 5, 챔피언결정전 7)으로 가정했을 때 김연경이 25%인 3경기 미만에 출전할 경우 규정상 FA 자격 취득 연수에 1년이 추가되지 않는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활동 연수 1년 추가를 감수하기로 하면 12경기에 모두 나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팀을 이끌고 있는 반다이라 감독은 모르는 사실이었다. 반다이라 감독은 "김연경이 복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연경은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이 열린 27일 성남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16일 일시 귀국한 김연경은 원 소속팀인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오프에 출전할 수 있었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올 시즌 이미 흥국생명 엔트리에 등록되어 있고 샐러리캡에도 포함돼 국내 코트에 나서도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한국 여자배구의 최고 거포인 김연경이 가세할 경우 단숨에 우승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날 사복 차림으로 관중석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본 김연경은 "함께 뛰지 못해 아쉽지만 마음을 접었다. 상대 팀과 일본 소속팀 등 여러 가지로 걸리는 게 많았다"면서 "안 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친정팀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가 이야기를 꺼낸 후 구단이 나섰다. 흥국생명은 6전 6패로 상대 전적에서 챔프전 상대인 현대건설에 크게 열세지만 구단은 김연경 카드를 포기했다. 권광영 단장은 반다이라 감독의 기자회견에 앞서 "한국배구의 발전을 위해서 대승적으로 김연경의 출전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 위반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권광영 단장은 이를 부인했다. 모든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는 권 단장은 '한국 배구의 발전'을 강조했다. 그 발전을 위해 흥국생명은 어쨌든 대단한 결정을 내렸다.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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