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룩이 국민교복?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3.28 16: 59

청소년들 사이 대유행, 안 입으면 왕따…비싼 값에 부모는 시름
[이브닝신문/OSEN=김미경 기자] ‘국민교복’이라고 부를만하다. 최근 한 고등학교 교실 풍경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한 분단의 학생 8명이 몽땅 노스페이스 로고가 새겨진 다운재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반에 10명꼴만 잡아도 어림잡아 한 학교에 약 300명이 이 옷을 입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길거리에서도 이 재킷을 입은 무리들을 흔히 볼 수 있는 이유다.
 
요즘 아웃도어는 제2의 교복이라고 불릴 정도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 재킷의 가격은 25만원대. 지난해 겨울 시즌에만 6만여장이 팔리며 매출 증가율도 지난 2009년 25%에서 작년 50%로 2배나 뛰었다. 심플한 디자인으로 교복에 잘 어울리는 데다 가볍고 활동하기 편해 단체 구입도 많다는 게 매장 직원들의 설명이다. 아웃도어 시장의 대중화도 이번 열풍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아웃도어=산행’이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면서 기능성 제품 시장이 커진 덕도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매출 상승에 주가를 올리는 업체와 달리 부모들의 마음은 무겁다.
고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김순옥(45)씨는 “서민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다 지갑 여는 게 두려운 때에 애들 옷 두벌만 사도 50만원이 훌쩍 넘어 부담이 크다”면서 “요즘 애들 사이에서 이 옷을 입지 않으면 거의 왕따 당한다고 말해 안 사줄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황인교(49)·양승혜(44) 부부도 김씨의 반응과 다르지 않다. 황씨는 “업체들의 무분별한 마케팅 경쟁에 부모나 아이들이 놀아나는 꼴”이라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위화감이 생길 수 있을 법한데 학교도 묵인하는 것 같고 아이들 스스로도 방향을 찾지 못하는 거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3월처럼 개학이나 철이 바뀔 때면 학교 앞에서는 기념품과 전단지를 뿌리는 의류매장 직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0~20만원 웃도는 제품을 학교 앞에서 홍보하는 자체도 어색할 텐데 학생들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 신림동 A고교에 다니는 박민우(17)군은 “바람도 막아주고 비싼 옷인데다 애들이 많이 입고 다닌다”며 전혀 개의치 않다는 모습이다.
광명 B고교 2학년 이보경(18)양도 “한두 군데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대유행에 가깝다”면서 “N브랜드 패딩 안 입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대접을 못 받는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한 관계자는 “또래집단에서 모방하며 배우는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집단적 행위에 소외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잘 어울려서 즐겨 입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무작정 따라하는 방식은 잘못된 개성의 표현으로 부모와 선생들이 학생들을 자신의 생각이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kmk@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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