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야 안심해. 견제동작 천천히 해도 일본 주자들 쉽게 못 뛴다".
'코리안특급'박찬호(38, 오릭스 버팔로스)가 부정투구 동작을 지칭하는 '보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의 스트레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민태 넥센 히어로즈 투수 코치는 자신이 경험한 일본야구를 통해 박찬호의 보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박찬호는 27일 연습경기에서 보크를 범했다. 문제는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글러브를 낀 왼손과 공을 쥐고 있는 오른손이 가슴 또는 허리 근처에서 '하나, 둘'하는 동작이 아닌 연결 동작처럼 이어지면서 보크 판정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 17년을 뛴 박찬호는 보크가 14개 밖에 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한 개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찬호는 일본 진출 후 6차례 시범경기와 연습경기에서 벌써 보크가 5개나 된다. 이 정도면 투수입장에서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자신의 공을 던지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도 쌓이게 된다.
28일 오후 한국야구 30주년 행사장에서 만난 정민태 코치는 "솔직히 나도 박찬호가 계속해서 보크를 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코치는 "나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박찬호가 마운드 위에서 여유가 없다는 것을 보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정 코치는 "사실 투수의 경우 예민하다. 마운드 위에서 항상 일정한 투구 패턴을 가지고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던졌다. 박찬호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투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일본무대는 조금 다를 것"이라며 "나도 일본에서 뛸 때 보크를 한 번 지적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코치는 박찬호가 지적 받은 경우와 조금은 차이가 있다. 투구 동작 보크가 아니라 공을 던지기 전 오른손이 잠시 흔들렸던 점이 타자로 하여금 교란동작으로 인정돼 지적 받았다.
정 코치는 "한번은 실수라고 말할 수 있지만 같은 동작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보크 지적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너무 급하게 던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투수는 견제 동작 때 일정한 타이밍으로 공을 던지면 안 된다. 가끔은 빠르게, 가끔은 충분히 타이밍을 끌어 주자가 혼란스럽게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야구에서 넥센 외국인투수 브랜든 나이트는 지난 19일 목동 LG전에서 도루를 3개나 허용했다. 경기 후 정 코치는 나이트를 불러 "매번 하나에 바로 나가지 말고, 하나 둘, 또는 하나 둘 셋 넷까지도 끌어라"고 조언했다. 효과는 있었다. 나이트는 24일 목동 한화전에서 6이닝 1실점 8탈삼진을 기록했다. 제구뿐 아니라 주자 견제 능력도 확실히 좋아졌다.
정 코치는 "박찬호도 마찬가지다. 셋포지션을 빨리 한다고 해서 주자의 도루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항상 템포를 다르게 해 주자들이 움직이는 타이밍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면서 "박찬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심리적으로 조금 불안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잘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호도 보크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 오죽하면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셋포지션 동작으로 공을 던진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연습이었고, 실수가 허락되는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이제 정규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더불어 '코리안특급'으로서 위용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남은 동안 충분히 보크에 대해 숙지해 정규 시즌에서는 더 이상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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