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우 참 많이 나온다. 극장 스크린에서, TV 브라운관에서 그의 얼굴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배우, 볼 때마다 신기하다. 보면 볼수록 더 모르겠다.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보는 이를 압도하더니 돌연 바보 같은 모습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철철 흐른다.
배우 신현준의 얘기다.

신현준이 날라리 형사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우리 이웃의 범죄’에서 닳고 닳은 건달 형사 조창식 역을 맡은 신현준은 “또 한 번 인생을 배웠다”며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표정처럼 밝지도, 가볍지도 않다. 존속살인이란 무겁고도 처절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섬뜩하고, 절절하다. 신현준은 영화 초반 그래서 더 작정하고 망가진다.
“관객들이 영화 말미에 마주하게 될 내용의 무게를 감안해 영화 초반에는 재미를 주려고 했어요. 술을 마시고 주사를 부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남희석, 김현철 등 친한 개그맨들을 직접 캐스팅 해 영화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익살스러운 상황으로 먼저 재미를 느껴야 관객들이 후반부에 등장할 영화의 강렬한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았다는 그의 설명엔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대한, 또 그 영화를 찾은 관객들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연기 인생 20여년 만에 신현준은 처음으로 형사 역을 맡았다. 저예산 영화 출연도 이번이 처음이다. 강하고 돋보이는 역할로 점철됐던 그의 필모그래피가 언제부턴가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저예산 소규모 영화는 처음이에요. 하지만 영화 ‘그랜 토리노’를 보면서 큰 자본이 없어도 좋은 영화는 사람 마음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선택했어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란 점도 좋았고요.”
신현준은 “나이가 드니까 자꾸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영화를 찾게 된다”면서 “특히 온 가족이 다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좋다”고 말했다.
그의 배우로서의 삶 저변엔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신현준은 “만약 결혼을 한다면 가정에 올인 할 것”이라면서 “모든 인간의 근원은 가정이란 메시지를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인물인 조 형사는 자폐 아동의 변사사건을 해결하며 건달 형사에서 진정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가정의 의미를 깨닫고 가족을 보듬어 품는 조 형사의 모습에서 가족을 끔찍하게 아끼는 신현준의 진짜 모습이 오버랩 됐다.
현재 그의 롤모델은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신현준은 “누구나 인정하는 나이에 자신의 삶에 대한 야기했을 때 (대중에게) 진중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면서 “아직 내 이름을 걸고 만든 작품은 없지만 언젠가는 ‘맨발의 기봉이’처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영화를 기획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영화를 연출한 민병준 감독이 히치콕 같은 범죄영화전문 감독이란 타이틀을 바랬듯,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한 월트디즈니 같은 인물이 되고 싶다는 신현준.

현재 한 대학에서 연기지도를 하고 있는 신현준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어쩌면 게을러 질 수 있는 내 자신을 채찍질하는 기회”라며 “교수로서의 인생이 배우로서의 인생을 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의 열정적인 학생들과 호흡하는 덕분일까. 신현준은 “계속 철없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래야 겁 없이 아무 역에나 도전할 수 있을 테니까”라며 연기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신현준에게 물었다. 당신의 묘비명을 직접 쓴다면?
이에 신현준은 배우 주윤발이 ‘다시 태어나도 영화배우가 될 것인가’란 질문에 했던 대답으로 갈음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내 옆의 그녀를 사랑할 것이며 나는 다시 태어나도 영화를 할 것이며 나는 다시 태어나도 내 모습을 사랑할 것이다.”(신현준)
영화 ‘우리 이웃의 범죄’는 내달 7일 개봉한다.
tripleJ@osen.co.kr
<사진>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