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미친' 하승진 덕분에 승리의 미소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03.29 15: 25

전주 KCC가 6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2차 연장 접전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둔 것은 한 명의 '미친' 선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KCC는 지난 28일 서울 삼성을 상대로 104-98로 승리했다. 경기 내내 삼성에 뒤져 있었지만 4쿼터 중반 동점에 성공했고, 2차 연장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그 중심에는 KCC의 핵심 선수 하승진(26)이 있었다.
경기 전 허재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플레이오프에는 미치는 선수가 있다. 단 한 명의 선수만 미친다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맞는 말이었다. 2차전에서 KCC는 핵심 센터 하승진이 미치면서 승리를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하승진은 21득점 7리바운드로 팀 내에서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특히 4쿼터와 연장전에서 13점을 몰아 넣으며 KCC가 역전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하승진이 없었다면 KCC의 역전승은 불가능했다.
사실 하승진은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26일 벌어진 1차전에서 나이젤 딕슨과 경합 도중 부딪히며 왼쪽 어깨가 순간적으로 탈구됐기 때문. 그 때문에 당시 하승진은 4득점으로 부진했다. 물론 딕슨이 하승진을 잘 막기도 했지만 어깨 통증으로 인한 고통의 영향도 상당히 컸다.
1차전 부상의 후유증은 2차전에도 있었다. 하승진은 부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깨 전체를 테이핑하고 코트에 나타났다. 그렇지만 문제가 생겼다. 2쿼터 초반 하승진이 어깨를 쥔 채 쓰러진 것. 삼성의 강혁과 볼 경합 도중 무게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것이었다. 파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다쳤던 어깨가 다시 다쳤다. 쓰러진 하승진은 다시 코트로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승진은 붕대를 칭칭 감고 나타났다. 하승진의 투혼에 동료들이 힘을 얻었는지 점점 삼성과 점수 차를 좁혀나가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가져온 KCC는 결국 4쿼터에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연장전에 역전시키며 짜릿한 승리를 차지했다. 하승진은 역전 승리의 기쁨을 코트에서 마음껏 누렸다.
사실 하승진은 2쿼터 부상 때 코트를 떠났어야 했다. KCC의 관계자에 따르면 "넘어지면서 어깨를 부딪혔다. 그 때 다시 탈구가 되서 어깨를 맞췄다. 의무 트레이너가 뛸 수 없다고 했지만 (하)승진이가 우겨서 다시 나갔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지켜봤던 허재 감독은 "승진이가 넘어지면 모두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항상 마음을 졸이면서 경기를 한다"고 전했다.
이제 KCC는 4강 PO를 조준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6강 PO가 끝난 것은 아니다. 마지막 3차전에서도 하승진과 같은 '미친' 선수가 나온다면 지금의 상승세를 얼마든지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ports_narcotic@osen.co.kr
<사진> 전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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