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괴물은 괴물이다.
지난 29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화제의 중심에는 한화의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류현진의 이름이 입에 올랐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개막전 선발로 류현진을 예고하며 "대한민국 최고 투수"라고 직접 수식어를 붙여줬다. 신인 유창식(한화)과 임찬규(LG)는 넘고 싶은 선수로 류현진을 지목했다. 류현진은 어쩔 줄 몰라했지만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여기에 각 팀 간판타자들도 류현진을 겨냥했다. 롯데 홍성흔과 LG 박용택은 주장 체면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을 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 기록이 그것을 증명한다.
▲ 박용택은 왜

박용택은 LG의 걸림돌로 한화, 정확히 류현진을 지목했다. 그는 "LG의 걸림돌은 한화"라며 "한화와 3연전을 6번 하는데 류현진이 8번 정도 나온다. 류현진만 잘 이기면 올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류현진은 최고의 LG 킬러였다. 데뷔 첫 경기부터 그랬다. 지난 2006년 4월12일 잠실 LG전에서 류현진은 7⅓이닝 3피안타 0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5년간 LG전 30경기에서 21승5패 평균자책점 2.07. 피안타율은 2할8리였고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점대(0.98)였다. 9이닝당 탈삼진은 무려 9.4개. 완투가 8차례였으며 완봉도 2차례 있었다. 류현진의 통산 승수가 78승인데 그 중 26.9%에 해당하는 21승이 LG전에서 나왔다. 지난해 5월11일 청주경기에서는 역대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17개를 잡아내기도 했다. 박용택도 류현진에게 통산 타율 2할3푼6리에 삼진만 무려 19개나 당했다. '류현진의 벽'을 넘지 못하면 LG가 꿈꾸는 9년만의 가을잔치는 허상에 그칠지도 모른다.

▲ 홍성흔은 왜
홍성흔도 류현진에 대해 잔뜩 경계심을 나타냈다. 한대화 감독이 내달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릴 롯데와의 개막전 선발투수로 류현진을 예고하자 홍성흔에게 질문 화살이 향했다. 홍성흔은 "솔직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투수라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순순히 인정했다. 이 역시 맞는 말이다. 류현진은 롯데를 상대로 통산 22경기에서 13승6패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했다. 1승도 거두지 못하고 4패만 당했던 2008년을 제외하면 이 성적은 13승2패 평균자책점 2.21로 더 좋아진다. 롯데가 막강 화력을 자랑한 지난해만 해도 류현진은 5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1.82로 위력을 떨쳤다. 홍성흔도 류현진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통산 52타수 8안타로 타율이 1할5푼4리밖에 되지 않는다. 홈런은 1개밖에 없었고 삼진만 9개를 당했다. 하지만 홍성흔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류현진에 대한) 분석이 많이 되어있다. 올해는 기필코 류현진을 곤란하게 만들어 승수를 쌓겠다"고 자신했다.
▲ 류현진은 왜
여기저기서 도전과 타도의 대상으로 지목받은 류현진. 그도 꺾고 싶은 선수가 있었다. '올해 출루를 허용하고 싶지 않은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류현진은 "상당히 많지만"이라면서도 "이대호다. (1루에) 안 나가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한민국 최고 투수가 대한민국 최고 타자에게 미리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여기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기록상으로 나타난다. 지난 5년간 류현진과 이대호는 프로야구 최고 투수와 타자로 경쟁했다. 그렇다면 둘의 맞대결은 어떠했을까. 류현진과 이대호는 5년간 총 67차례 맞붙었다. 결과는 59타수 20안타 6볼넷 1사구 1희생플라이. 타율 3할3푼9리로 이대호의 우세였다. 이대호는 삼진도 15개를 당했지만 그 대신 홈런 5개를 류현진으로부터 뽑아냈다. 특히 지난해 8월8일 대전구장에서 8회 류현진을 상대로 터뜨린 투런 홈런은 5경기 연속 홈런으로 연속 홈런 세계 신기록(9경기)을 향한 중요한 디딤돌로 작용했고 이는 둘 사이의 MVP 경쟁도 갈라놓았다. 류현진이 이대호에게 칼을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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