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잔치가 시작되나.
한화 외야수 김경언(29). 어느덧 프로 11년차가 된 베테랑이다. 지난 2001년 2차 2번 전체 15순위로 해태에 입단한 그는 얼마 남지 않은 해태 멤버다. 입단초 반짝한 뒤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올해 시범경기에서 작은 돌풍을 일으켰다. 시범경기 12경기에서 34타수 15안타, 타율 4할4푼1리의 맹타를 휘두르며 롯데 홍성흔(0.514)에 이어 타격 전체 2위에 올랐다. 올해 우리나이로 서른이 된 김경언이 제2의 야구인생을 꿈꾸고 있다. 지난 2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자체 평가전이 끝난 뒤 김경언을 만났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도 5타수 3안타 2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다음은 김경언과의 일문일답.
- 시범경기 타격 2위를 차지했다. 달라진 비결이 무엇인가.

타격감이 좋기는 좋다. 일단 타격 타이밍을 바꿨다. 공이 잘 보여졌고 선구안이 좋아졌다. 그러나 시범경기에 잘해서는 큰 의미가 없다. 정규시즌 때 잘해야 한다.
- 기술적으로 바뀐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원래 공을 칠 때 몸이 앞으로 많이 나가 변화구에 많이 속았다. 그래서 타격 타이밍을 고치는데 집중했다. 덕분에 좋은 공을 칠 수 있게 됐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부터 고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장종훈 타격코치님께 '몸이 공을 치러 마중나가고 있다. 중심을 뒤에 두고 어깨를 닫아 놓고 치라'고 지적하신 것이 도움이 됐다.
- 한대화 감독은 중심타선에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가.
내가 타순에 신경 쓸 처지는 아니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감독님이 하시는 대로 하겠다. 팀 위주로만 생각할 뿐이다.
- 발이 빨라 한화가 강조하는 '기동력의 야구'에 중심이 될 듯하다. 풀타임으로 뛰면 도루를 몇 개나 할 수 있을 것 같나.
내가 그렇게 도루를 많이 하는 건 아니다. 물론 투구 폼이 큰 투수들은 도루를 하기 쉽다. 그러나 아직 풀타임으로 뛰어본 적이 없어 도루를 몇 개나 할지는 모르겠다. 풀타임으로 뛰면 20개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지난 2001년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해태에 입단할 당시에만 하더라도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동안 별다른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어느덧 11년차가 됐는데 되돌아보면 어떤가.
그동안 허리가 아파 좋지 않았다. 많이 놀기도 놀았다. 야구도 되지 않고, 재활도 오래 걸렸다. 솔직히 말하면 의욕이 많이 없었다. 입단초에는 많이 뛰었는데 그때가 좋았다. 선수는 1군에서 많이 뛰어야 한다. 그게 선수 마음이다. 갈수록 기회가 없어 의욕이 많이 꺾였었다.

- 지난해 6월8일 장성호가 포함된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다. 트레이드 이후 기회도 많이 얻었는데 어땠는가.
트레이드가 내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트레이드 직후 처음에는 잘했지만 이후에는 좋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에 1군에서 뛰어보는 바람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는 스프링캠프 동안 체력을 많이 키우고 나름대로 준비도 많이 했다. 올해는 다를 것이다. 트레이드로 데려와 기회를 주신 한대화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잘해야 한다.
- 입단할 때부터 장성호와 비슷한 스타일로 관심을 모았다. 공교롭게 트레이드를 통해 함께 팀도 옮겼다. 장성호는 어떤 선배인가.
(장)성호 형과는 친하다. 야구할 때도 많이 가르쳐주고 참 좋은 선배다. 물론 수비를 가르쳐주는 건 아니다. 타격에 대해 이것저것 많은 조언을 듣는다.
- 추신수 김태균 이대호 정근우 오승환 등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동기들이 많다. 동기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솔직히 자극을 많이 받는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올해 벌써 서른 살인데 친구들이 잘하고 있어 많이 자극받고 있다. 지금은 친구들이랑 레벨 차이가 많이 나지 않나. 나도 이제 야구할 날이 그렇게 많이 남아있는 게 아니다. 야구를 할 수 있을 때 잘하고 끝내고 싶다.
- 등번호를 65번에서 51번으로 바꿨다. 어떤 의미가 있나.
작년에 트레이드로 팀에 왔을 때에는 번호가 없어 65번을 달았다. 그런데 65번은 너무 느려 보였다. 빠르게 보이는 번호를 원해서 51번을 달았다. 스즈키 이치로와는 전혀 관계없다.
- 수염과 구레나룻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응원가도 '이글스의 구레나룻'이라고 지어졌다.
어렸을 때 TV 중계로 나 자신을 보니 너무 없어 보이더라.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다. 그래서 수염과 구레나룻을 길렀다. 한 23살쯤 때부터 기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있는 게 더 나아 보이지 않나. 응원가는 나도 알고 있다. 응원가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지 않나.
- 올 시즌을 맞이하는 목표와 각오가 말한다면.
일단 팀이 4강에 드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풀타임을 한 번 뛰어보고 싶다. 타율 2할8푼에 20도루를 목표로 해보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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