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에 '위탄'까지… 밑바닥 드러난 아이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1.03.30 08: 29

지난 3년간 가요계 '대세'로 군림해온 아이돌그룹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해 엠넷 '슈퍼스타K2'를 시작으로 대중의 음악적 취향이 조금씩 변하는듯 싶더니 최근 MBC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의 인기로 '음미하는' 음악이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트렌디하고 자극적인 음악을 추구해오던 아이돌 그룹들이 순식간에 지지층을 잃게 됐다. 올해 중으로 아이돌 음악을 식상해 할 수도 있다고 예상해왔지만, 너무나 순식간이다. 

 
국내 활동이 없을 때 머물렀던 일본은 현재 대지진 여파로 활동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한류스타들은 물론이고, 일본 기획사와 계약 단계에 있던 그룹들 역시 모두 '스톱'됐다.
 
그나마 희망을 거는 것은 '나는 가수다'가 4월 한달간 방송을 쉰다는 것. 최근 음원을 냈지만 '나는 가수다' 음원들의 '폭격'으로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가수들은 "그래도 며칠 가진 못할 것"이라는 데에 위안을 삼고 있다. 4월 중으로는 씨엔블루가 계속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고 빅뱅, 에프엑스, 유키스 등도 컴백할 예정이라 다시 '대세'를 빼앗아오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씨스타의 소속사가 공을 들인 보이프렌드도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4월 초 생방송에 돌입하는 '위대한 탄생'이 또 다른 변수다.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온 참가자들이 생방송에서 다양한 명곡들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돼, 음원차트는 또 한번 들썩일 것으로 전망된다. '나가수'를 통해 음원서비스를 하면서 재미를 톡톡하게 본 MBC로서는 '위대한 탄생'을 통한 음원 서비스 역시 충분히 검토해볼만한 사안이다.  
 
문제는 이같은 '위대한 탄생'과 '나는 가수다'가 아이돌 음악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거기서 더 나아가 아이돌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일반 참가자와 베테랑 가수들의 가창력을 강조하면서, '아이돌 그룹은 실력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뛰어난 실력으로 세계를 휘어잡았다며 극찬을 받아오던 아이돌 그룹들로서는 황당한 상황이다.
 
한 아이돌그룹 관계자는 "음악 그 자체가 조명받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애초에 장르가 다른 아이돌 그룹까지 일직선상에 두고 줄을 세우는 것은 다소 억울한 일"이라면서 "명곡들을 재발견하면서 음악시장의 파이가 커져야지, 또 다른 장르가 폄하돼서는 안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신인 그룹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아이돌그룹 관계자는 "신인그룹이 신곡을 선보일 기회가 거의 없고, 새로운 연예인들이 자신의 끼를 발산할 프로그램 역시 빠른 속도로 없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음악과 예능프로그램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설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활동은 하반기에나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태. 한 그룹의 관계자는 "일본 활동이 스톱돼 국내 스케줄을 크게 조정했다. 그런데 국내에선 '나는 가수다' 등의 열풍으로 아이돌 그룹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어 걱정이다. 방송이 재개되면 2주에 한번씩은 신곡들이 쏟아져나올테고, 음원차트를 독식할 거 아닌가. '슈퍼스타K2' 때만해도 일시적이라고 봤지만, 이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은 것 같아 대중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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