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틀 후면 2011시즌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이 개막됩니다. 30개 구단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실력을 키웠는데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취재하기 위해서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샬럿을 갔습니다. 포트샬럿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팀인 탬파베이 레이스의 스프링캠프지죠.
이중에서도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 6개 디비전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전력의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스삭스 등과 함께 매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경쟁을 펼칩니다. 지난해에는 이들을 물리치고 지구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탬파베이는 양키스나 보스턴에 비해 구단 운영 자금은 턱없이 낮지만 이들을 물리친다는 것이 저로서도 참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탬파베이 스프링캠프지인 포트샬럿 샬럿 스포츠파크를 방문했을 때 그 이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물론 야구는 선수들이 하고, 작전은 감독이 지시하지만 야구는 선수들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여기에 이들을 돕는 구단 직원까지 100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제가 방문한 팀들 가운데 탬파베이 클럽하우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습니다.

먼저 클럽하우스입니다. 제가 방문한 12개 팀 클럽하우스 중에서 유일하게 탬파베이만 선수들이 자신의 유니폼을 벗어 세탁용 카트에 그냥 던지는 것이 아니라 상의, 하의, 내의를 구분한 뒤 상의와 하의는 카트 앞면에 가지런히 걸어 놓았습니다.
뉴욕 양키스, 샌프란시스코, LA 에인절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명문구단이라고 불리는 구단을 가봤지만 이 팀에서는 선수들이 그냥 아무렇게나 던져 넣곤 했습니다.
탬파베이 클럽하우스의 변화는 지난 2003년 크리스 웨스트모어랜드(이하 웨스티)가 클럽하우스 담당자로 부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마이너리그에서 일하다 메이저리그로 승격됐다"며 자신을 소개한 웨스티는 "내가 책임자로 처음 왔을 때는 우리 팀도 여느 구단과 같이 빨래를 그냥 던졌다. 그런데 내가 오고 나서 선수들에게 이제부터는 유니폼은 구분해서 카트 앞면에, 그리고 속옷은 따로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선수들에게 구분을 해달라고 한 것은 옷이 물들지 않게 하기 위함이 첫 번째였으며, 두 번째는 서로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고 그러더군요.
세탁물 뿐이 아니었습니다. 클럽하우스 내 선수들은 개인 라커를 사용하는데요. 탬파베이 라커는 다른 팀과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웨스티는 물품이 정리된 창고를 보여주며 "보다시피 우리는 항상 이런 상태를 유지한다면서 물론 우리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를 하려면 피곤하다. 그러나 필요한 순간 바로 바로 물품을 찾을 수 있고 누가 봐도 보기 좋지 않느냐"며 흐뭇해했습니다.
탬파베이 클럽하우스 안에는 다른 점이 또 있었습니다. 선수들의 이름표 대신 닉네임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어떤 선수들은 등번호도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데이빗 프라이스는 자신의 이름 대신 'Cali Grauge'라고 적어 놓았고, 메니 라미레스는 'Pelo', 레이드 브리냑도 'RO'라고만 써놨습니다. 이 사실을 처음 안 저는 선수들 락커 찾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웨스티는 "몇 년 전에 한 선수가 내게 와서는 선수들이 이름 대신 닉네임을 사용하고 싶어한다고 물었고, 난 이를 허락했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겸 단장에도 "이 권한은 내게 있는 것이 아니라 웨스티에게 있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야구는 선수만 하는 것이 아니라 클럽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 웨스티는 "클럽하우스 내에서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선수들은 우리의 부탁을 다 들어준다"면서 "이런 구단은 30개 팀 중에서 우리가 유일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탬파베이라는 팀은 다른 구단과 분위기도, 스태프의 움직임이 달랐습니다. 여기에 조금은 다혈질이지만 열정적인 조 매든 감독의 지휘력과 프리드먼 단장의 명석한 두뇌가 지난 시즌 탬파베이를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을 해봤습니다.
매든 감독과 프리드먼 단장은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약화된 부분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올 시즌 우리의 목표는 지구우승이다"면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지난해 지구 1위도 불가능해 보였던 것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탬파베이. 올 시즌에도 선전을 기대해봅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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