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형에게 미안했다" 김강이 떠올린 아찔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3.31 07: 00

"(윤)석민이 형이 맞는 순간 어떡해야 하나 싶더라구요".
한화 내야수 김강(23)은 지난 26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시범경기에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4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김강은 윤석민의 2구째 직구를 공략해 빨랫줄 같은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타구가 윤석민의 안면 쪽으로 총알처럼 향했다. 천만다행으로 김강의 강습 타구는 윤석민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돼 얼굴을 스쳤다. 큰 부상이 아니었지만 모두가 아찔했던 순간. CT 검진결과 다행히 윤석민은 뼈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놀란 것은 윤석민만이 아니었다. 본의 아니게 강습 타구를 날린 김강도 무척이나 놀랐다고. 김강은 "치고 나가는 순간 석민이 형이 맞는 것을 봤다. 그때 순간적으로 1루로 가야할지 마운드로 가야할지 생각했다"며 "예전에 2군에 있을 때 장종훈 코치님께서 비슷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신 적이 있는데 1루로 안 가고 마운드로 가셨다고 말한 게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9년 장종훈 코치는 쌍방울 김원형(SK)의 안면을 강타하는 강습타구를 날린 후 1루 대신 마운드로 달려가 그대로 아웃됐다. 당시 김원형의 안면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다. 광대뼈가 함몰되는 중부상이었다.

김강도 순간적으로 장 코치의 그때 그 상황이 머릿속으로 스쳐갔다. 김강은 "장 코치님께서 그때 타격 1~2위를 다투는 상황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1루로 가지 못하고 마운드로 뛰어가 아웃되셨다고 들었다. 짧은 순간 속으로 어떡해야 하나 싶었다"며 "장 코치님은 그때도 최고의 선수였지만 나는 그런 타자가 아니다. 안타를 포기하고 마운드로 달려갈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쩔 줄 몰라하며 1루로 나갔다.
타구를 맞고 마운드에서 쓰러진 윤석민은 얼마 후 흙먼지를 털고 일어섰다. 1루에 있던 김강도 헬멧을 벗어 정중하게 고개숙여 사과했고, 윤석민도 괜찮다는 제스처로 김강을 안심시켰다. 김강은 "석민이 형이 잘 던지고 있었는데 정말 미안했다. 공수교대 때 괜찮으시냐고 물었는데 괜찮다고 해 마음이 놓였다"고 떠올렸다. 큰 화를 면한 윤석민은 예정대로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고, 김강도 당당히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광주일고 4번타자로 청소년대표를 거쳐 지난 2007년 2차 3번 전체 21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김강은 올해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개막 엔트리에 들었다. "작년부터 개막전만 바라보고 뛰어왔는데 막상 포함되니 덤덤하다"고 말한 김강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페이스를 너무 빨리 끌어올려 시범경기 초반에 좋지 않았다. 그래도 감독-코치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감이 살아났다"며 코칭스태프에 감사함을 나타냈다.
올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도 남다르다. 1루와 지명타자 자리가 비어있는 만큼 김강에게도 많은 기회가 올 전망이다. 김강은 "그동안 많은 기대를 받지 못했다. 누군가 내게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기대를 받는다는 사실이 부담보다는 기쁨이 더 크다. 야구장으로 가는게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왕 자격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김강은 "친구 임태훈과 이용찬이 신인왕을 받았다. 그런데 내가 지금 갓 들어온 신인도 아니고 신인왕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다"며 웃었다. 말보다 실력으로 보여주면 되는 일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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