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라 나이틀리의 '라스트 나잇', 뻔한 주제-참신한 변주곡
OSEN 이혜진 기자
발행 2011.03.31 08: 44

여기 한 부부가 있다. 두 사람은 같은 날 밤,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이성과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아침 재회한 이들은 다른 사랑에 흔들렸던 마음을 애써 감추고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껴안는다. 둘의 몸짓은 어색하고 눈빛은 불안하게 떨린다. 그런 순간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여자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찰나, 영화는 끝난다.
사랑과 신뢰란 영원한 딜레마를 주제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 ‘라스트 나잇’이다.
이 영화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상대에게 흔들리는 네 남녀의 복잡한 심리와 감정을 그린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를 ‘불륜’이란 단어로 쉽게 정리할 수는 없다. 이들의 몸짓이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그것 이상이기 때문이다.

조안나(키이라 나이틀리)와 마이클(샘 워싱턴)은 결혼 3 년차 부부다. 조안나는 작가이고 마이클은 유능한 회사원이다.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이 뉴욕에서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은 어느 날 밤 함께 파티에 참석한다.
조안나는 파티에서 마이클의 직장 동료인 로라(에바 멘데스)를 만나고, 마이클이 발코니에서 로라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조안나는 직감적으로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다.
집으로 돌아온 조안나는 마이클이 유혹에 흔들렸다며 분노를 표출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를 믿고 싶어 한다. 마이클은 조안나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다짐하지만 자신이 로라의 매력에 흔들리고 있음을 안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서 마이클은 로라와 출장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조안나는 옛 사랑이었던 알렉스(기욤 까네)와 우연히 재회한다. 네 사람은 같은 날 밤, 다른 장소에서 운명적인 시험에 든다.
사랑에 대한 믿음 때문에 갈등하는 조안나, 아내를 사랑하지만 유혹에 흔들리는 마이클, 주변의 시선이나 사회적 규율을 따지기보다 자기의 감정에 솔직하며 마이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로라, 옛 사랑인 조안나에게 애틋한 감정이 남아있는 알렉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얽히고설킨 심리를 통해 사랑의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서로에게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끌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면서도 서로를 탐색하고 이내 감정의 선을 넘어 상대를 유혹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네 사람의 감정과 태도는 영화 내내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모습을 관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내 조안나를 향해 “행복해도 유혹은 느낄 수 있다”고 건조하게 말하는 마이클(샘 워싱턴)을 우리는 쉽게 비난할 수 없다. 새로운 사람에 반응하고 끌리는 것은 사랑과 신뢰의 차원을 넘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또 설레던 사랑이 믿음으로 굳어진 연인(또는 부부)라면 한번쯤 마이클과 같은 마음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네 명의 주인공이 서로 다른 사랑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랑의 이면과 남녀 관계에서 신뢰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치밀하게 들여다 본 작품이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도 않는다. 열린 엔딩으로 관객들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신뢰와 믿음이 사랑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그래서 주인공들의 하룻밤을 지켜보는 관객은 스크린에 보여 지는 단순한 육체적 사랑을 넘어 정신적 배신이란 화두까지 접근할 수 있다.
 
영화 ‘라스트 나잇’은 키이라 나이틀리, 샘 워싱턴, 에바 멘데스, 기욤 까네 등 매력적인 배우들의 성숙한 연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화제가 영화. 제5회 로마영화제 개막작과 ‘북미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제35회 토론토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돼 이미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이 영화는 다음달 7일 개봉한다.
 
tripl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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