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프로야구 아홉 번째 구단주 김택진입니다".
한국프로야구 제9구단 구단주인 김택진(44) 엔씨소프트 대표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31일 경남 창원 대원동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씨소프트 제9구단 창단 승인' 기자회견을 통해 베일 속에서 벗어났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2월 13일 KBO에 창단 의향서를 제출한 뒤 3차까지 가는 KBO 사장단 이사회를 거쳐 지난 22일 이사회 통과했고, 29일 구단주 총회 승인을 통해 제9구단으로 정식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김택진 대표는 오늘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까지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비롯한 어떤 행사에서도 야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궁금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김택진 대표는 '벤처업계의 신화' '1조원대의 사나이'로 불린다. "빠른 볼을 던지고 싶어서 어렸을 때 모래 주머니를 어깨에 차고 다녔다"고 말한 김 대표는 "중학교 때 커브가 너무 던지고 싶어서 만화를 보면서 벽에다 공을 던지며 연습을 했다"며 야구 열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어렸을 때 내 우상은 커브를 잘 던지던 최동원 투수였다. 최동원 투수 때문에 난 롯데팬이기도 했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김 대표의 어릴적 우상이 뛰고 응원했던 롯데는 엔씨소프트가 9구단 창단을 희망할 때 유일하게 마지막 순간까지 반대표를 던진 구단이다. 엔씨소프트는 경남 창원을 연고로 9구단을 출범하면서 롯데와 라이벌 구도로 서면서 롯데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았다. 그러나 김 대표가 롯데팬이었다는 말에 기자회견장에 있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제는 한국 굴지의 게임회사 엔씨소프트 운영자를 넘어 지난해 말 한국야구위원회(KBO)에 9구단 구단주가 된 김택진 대표는 야구단 설립의 이유가 있었다. 사회적 인식이 곱지 못한 게임업계에 대한 인식전환과 더불어 국내 게임사의 리더 역할을 자처하던 엔씨소프트의 기업 목표가 창원 지역과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김택진 사장은 아래아 한글부터 시작해서 리니지 신화를 일궈낸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CEO. 서울대 재학시절 컴퓨터연구회라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현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 등과 ‘아래아 한글’을 공동 개발했고, 1997년에는 ‘New Company’의 약자를 따 엔씨소프트를 만들었다.
엔씨소프트는 2000년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후 미국과 유럽에 지사를, 일본/중국/대만/태국에 각각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명실공히 전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온라인게임 리딩 컴퍼니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김택진 사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만든 게임들을 가지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돈도 많이 벌었고, 학생들을 컴퓨터 앞에 가둬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야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싶어하는 뜻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서 김 대표는 "기업의 목적을 놓고 혹자는 이윤 창출이라고 하는데 난 그렇게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윤은 필요조건이다. 사회 가치 창출이 우선이다. 기업은 사회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자신의 기업 윤리와 야구단 설립 목적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2001년 7월 '비즈니스 위크'선정 '아시아의 스타'상을 수상한 김 대표는 2002년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한국대표 '아시아 차세대 리더' 18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2007년 대한민국문화콘텐츠 해외진출 유공자포상 대통령표창을 수상한 그는 지난해에는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 100대 기술과 주역'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야구를 생각하면 가슴이 더 뛴다"고 말한 김택진 대표. 이제는 IT 벤처 사업가를 넘어 당당히 야구단 구단주로서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agassi@osen.co.kr
<사진>창원=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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