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수익 45%는 생색일뿐
해외 행사 섭외에 음원장사까지.."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MBC에 대한 가요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태국 콘서트를 개최하겠다며 '싼 값'에 가수들을 섭외하더니, 이제 음원 사업까지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양상이라며 방송사의 가요 산업 수익 가로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MBC는 이달 초 국내의 거의 모든 인기 가수들을 데리고 태국에 가서 성대한 콘서트를 치르고 돌아왔으며, '나는 가수다' 음원을 방송과 실시간으로 풀어 음원차트를 독식한 데 이어 '위대한 탄생'의 음원 서비스까지 준비 중이다.
MBC는 '나는 가수다' 음원 수익의 절반을 가수에게 돌려준다며 가요 시장 저해 문제가 없다고 31일 입장을 밝혔으나, 가요계는 "음원 수익 45%는 생색에 불과하며, 보다 근본적인 가요시장 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가요계가 가장 황당해 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방송국이 음원을 장사해도 되는 것이냐'는 것이다. 단순히 이벤트성 음원을 한두번 내놓는 게 아니라,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감동적인 포장을 씌우고, 프라임 시간대에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판매'할 음원을 대놓고 광고하는 게 과연 공정거래냐는 것이다.
음원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 가수지망생들의 열정과 노래 잘하는 프로가수들의 소름끼치는 무대 마저 '음원 팔기'의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MBC가 가요 산업 수익에 눈을 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C는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이 부른 곡을 음원서비스해 음원차트를 휩쓴 바있으며,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조권과 가인의 커플송을 히트시킨 바있다.
더욱이 가수들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이 가수들을 모아서 태국에서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제작자들은 크게는 1~2억원의 개런티를 포기하고 '값 싼' 출연료에 MBC의 장사에 동원돼야 하느냐며 크게 불만을 제기했으나, 결국 막강한 방송 권력 앞에 YG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거의 모든 기획사의 인기 가수들이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이번 '나는 가수다' 음원 역시 가수들에게 45%의 수익을 돌려준다는 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 가요제작자는 "유력 유통업체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제외하고, MBC 몫까지 제외하고 나면 가수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결코 큰 돈이 아닐 것"이라면서 "음원 서비스로 인해 음원 시장이 어지럽혀진 것을 감안하면 45% 수익은 생색내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진짜 문제인 것은 방송국이 쏟아내는 음원들 때문에, 가수들의 신곡이 제대로 조명을 못받는다는 데 있지, 출연가수들에게 돈을 덜 준다고 우리가 문제 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자꾸만 45%만 강조하는 건 논점에 맞지 않다"고 불만을 표했다.
가요계는 방송사의 경영 적자가 계속됨에 따라 가요 산업을 위협하는 다양한 사업 모델이 시도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는 시작일 뿐이라는 것. 다른 가요제작자는 "MBC가 성공을 거둠에 따라 다른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사업이 시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실제로 한류 콘서트는 세계 각국에서 계획되고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제작자는 "음원 서비스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면서 "해당 음원을 듣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의 수요는 존중한다. 그러나 방송 특수를 누린 곡인만큼, 다른 신곡들과 다른 구조로, 음원이 서비스될 방안도 충분히 있지 않느냐"고 아쉬워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의 순작용은 분명히 있다"면서 "그러나 기획의도와 다른 비지니스가 동반된다면 문제가 다르다. 가수들에게는 앞으로 방송국의 노예가 되느냐, 독자적으로 가난한 길을 가느냐 하는 단 두가지의 길만 남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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