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나는 가수다' 음원 수익의 절반을 가수들에게 준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가요제작자들은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31일 입을 모았다.
한 가요관계자는 이날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유력 유통업체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제외하고, MBC 몫까지 제외하고 나면 가수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결코 큰 돈이 아닐 것"이라면서 "음원 서비스로 인해 음원 시장이 어지럽혀진 것을 감안하면 45% 수익을 준다는 건 생색내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음원 시장이 어지러워진다는 것은, '나는 가수다'가 앞으로 2주마다 한번씩 7곡의 음원을 쏟아냄에 따라 음원차트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데 대한 우려다. 더구나 '위대한 탄생' 역시 음원사이트와 계약을 맺고 음원을 서비스할 예정이라, 당분간 음원차트는 MBC가 휩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출연 가수들에게 주는 음원 수익 45%가 큰 돈도 아닐 뿐더러, 근본적인 문제는 방송의 힘을 등에 업은 음원들이 우후죽순 시장을 어지럽히는 것"이라면서 "방송에서 이벤트성으로 녹음된 음원이 기존 시장에 그대로 편입돼 음반제작사와 경쟁하겠다는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죽이는 방식과 동일하다"고 비판했다.
단순히 이벤트성 음원을 한두번 내놓는 게 아니라,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감동적인 포장을 씌우고, 프라임 시간대에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판매'할 음원을 대놓고 광고하는 게 과연 공정거래냐는 지적과, 가수지망생들의 열정과 노래 잘하는 프로가수들의 소름끼치는 무대 마저 '음원 팔기'의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가요제작자들은 이 문제의 핵심이 '나는 가수다' 음원의 수익 분배가 아니라, 방송사의 무분별한 가요시장 침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미 크게는 1~2억원의 개런티를 포기하고 '값 싼' 출연료에 MBC의 태국 콘서트에 동원된 바있는 제작자들은 '음원 장사'까지 하겠다는 MBC에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다른 가요제작자는 "음원 서비스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면서 "해당 음원을 듣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의 수요는 존중한다. 그러나 방송 특수를 누린 곡인만큼, 다른 신곡들과 다른 구조로, 음원이 서비스될 방안도 충분히 있지 않느냐"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가요제작자는 "이미 검증된 명곡을 리메이크해 발표하는 것이 무슨 가요 발전을 이룬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들을 재발견하고, 그 가수의 신곡과 공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거지, 리메이크곡들의 범람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가수만 바꿔서 좋은 곡을 계속 발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의 순작용은 분명히 있다"면서 "그러나 기획의도와 다른 비지니스가 동반된다면 문제가 다르다. 가수들에게는 앞으로 방송국의 노예가 되느냐, 독자적으로 가난한 길을 가느냐 하는 단 두가지의 길만 남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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