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한의원 건강컬럼]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애주가’ 특집 편 방송을 봤다. 숙취 클리닉 때문에 수많은 주당을 만나봤지만 이 방송에 나온 사람들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사이판으로 친구와 여행을 가는데 마트에서 파는 ‘담금주’ 그 큰 것을 들고가 다 마신 사연부터, 기본 주량이 나 같은 ‘보통’ 주량이 봤을 때 ‘잘 마신다’라는 4병이 아니라 10병 이상...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이 방송을 보면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런저런 생각에 메모를 좀 해 뒀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또 다른 상상을 해 봤다. 출연자 20명 중 8명이 현재의 남편을 술 덕택에 만났다고 했는데, 그 사람들이 술 먹을 때는 좋지만 그 다음날 나타나는 숙취의 냄새도 좋다고 말할까? 과연?
술 자리에서 술을 마시면 이런저런 술 냄새와 안주 냄새 여기에 담배까지 껴서 거의 죽음의 향기가 어우러지지만 다들 한잔 한 상태라 쉽게 넘어간다. 그런데 다음날 지각을 피하기 위해 허겁지겁 엘리베이터에 딱 올라 섰을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어떠한가? 다들 한잔 했냐는 식으로 대놓고 보지는 않지만 불쾌한 표정을 짓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무실에 들어가 앉으면 주변에서 있지도 않은 일을 ‘지금까지 술 냄새 나는 거 보니 어제 어디까지 간거야?’라며 자기들끼리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유는 딱 하나. 몸에 쩔어 있는 숙취의 향 때문이다. 간혹 진료 받으러 온 환자들이 ‘저녁에 마시는 술 냄새와 술 먹고 난 다음 날 술 냄새는 왜 차이가 있는가?’란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의학적으로 쉽게 말하면 술 먹은 다음날 나는 ‘숙취 냄새’는 몸에서.. 특히 간에서 알코올을분해하면서 생긴 화학작용 때문에 생기는 것과 더해 평소 몸에서 나는 냄새인 이른바 ‘체취’가 더해져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는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면 ‘숙취 냄새’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 어제 질펀하게 한잔 했소’를 알리는 공고문과 같은 것. 다음 날 몸에서 술 냄새가 가시지 않을 정도로 마셨다고 하면 상상이 어디까지 갈까?
자 이제 인간적으로 우리 서로 다 같이 모여 생각해보자. 나도 술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좀 쉬었다 먹으면서 간은 편하게 해 줘야 평생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술 마신 다음날 느끼는 숙취 냄새... 이제 당신의 간이 힘들다며 당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는 건강의 적신호다.
[글 : 해우소한의원 김준명원장]
[OSEN=생활경제팀]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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