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오디션 열풍을 진단한 MBC의 ‘100분 토론’은 결국 MBC가 또 한 번 자충수를 둔 것으로 끝났다.
1일 오전 방송된 ‘100분 토론’에선 신해철, 박칼린, 김태원 이외에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하재근 문화평론가가 패널로 참여해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토론 초반 패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과 암을 짚으면서 토론은 MBC의 기획의도대로 흘러가는 듯 했다. 하지만 토론 중반부터 ‘100분 토론’은 ‘나가수 토론’으로 바뀌었고, 결국 ‘MBC 성토대회’로 끝났다.

신해철은 오디션의 서바이벌 형식을 도입한 MBC의 ‘나는 가수다’를 화두로 꺼내들며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나가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신해철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들은 내가 진짜 가수라고 인정한 사랑하는 가수들”이라면서 “직업 가수들에게 등수를 매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말했다. 또 “무사는 살아남기 위해 싸우지만 검투사는 살기 위해 동료를 찌른다”면서 “나가수는 가수들이 검투사 분장을 하고 벌이는 일종의 쇼”라고 주장했다.
신해철은 이어 비판의 화살을 MBC로 겨냥해 한층 수위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신해철은 “서바이벌을 내세운 이 프로그램(나가수)이 가요계를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주장 하는데, MBC가 이 가수들을 데리고 다른 쇼를 만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신해철은 “다른 걸 했다가 실패해서 서바이벌을 도입했다면 이해하지만 (MBC는) 그런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일침을 놓았다.
이날 함께 출연한 김태원도 말을 보탰다.
김태원은 “나가수’에 나오는 가수들은 이미 노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다. (이들에겐) 노래를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노래에 대해 얼마나 이야기 하느냐를 봐주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탁현민 문화평론가도 “오디션은 성패보다 과정에서의 도전이 더 아름다운 것인데, 자극적인 경쟁과 탈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김제동이 깬 것도 룰이 아닌 경쟁구도였다”고 ‘나가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계속되는 ‘나가수’ 비판에 박광온 진행자는 “제작진에서 연락이 왔는데 MBC에서도 ‘쇼바이벌’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한다”고 전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신해철이 “당시 내가 심사를 봤다”며 “데뷔했으나 인기 없는 중고 가수들과 인디밴드의 대결이었고, 결국 인디밴드가 이겼다”고 답해 MBC의 변명을 무색케 했다.
‘나가수’ 비판에 이어 ‘100분 토론’이 ‘MBC 토론’으로 흘러가자 박광온 진행자는 “‘나는 가수다’의 좋은 점은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토론 말미에 하재근 평론가는 “MBC가 연속해서 빵점을 맞고 있다”고 결정타를 날렸다. 그는 “김영희PD의 경질은 대중의 폭력성도 원인이지만 MBC의 조급함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재근 평론가는 MBC의 또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신입사원’을 언급하며 “사람들의 사생활을 왜 들춰내느냐. 사람을 상품화 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MBC는 유명 패널들과 교수, 문화평론가까지 동원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과잉 양산을 객관적으로 토론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0점짜리 성적표’를 받는 불명예만 안았다.
패널들의 계속되는 질타에 박광온 진행자가 “MBC에서 참고 하겠다”고 답했지만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MBC가 앞으로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시청자들은 ‘100분 토론’이 ‘나가수’에 이어 MBC의 또 다른 자충수로 막을 내렸음을 알았을 뿐이다.
tripl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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