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사로잡은 12곡
재즈스타일로 재해석
- 음악극 ‘천변카바레’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1971년 11월7일 젊은 가수가 불현듯 세상을 떠났다. 나이답지 않게 저음의 중후한 목소리로 두터운 팬 층을 확보했던 가수였다. 지병이던 신장염이 악화돼 타계했다는 기사가 올랐다. 29살이었다.
1963년 ‘두메산골’로 데뷔해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의 인기를 몰아 ‘돌아가는 삼각지’로 1967년 음악프로 20주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는 기염을 토했던 그 가수. ‘배호’다.
올해로 40주기를 맞는 가수 배호의 이야기를 다룬 음악극이 무대에 올라 6070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년층 관객을 대거 객석에 끌어다 앉히고 턴테이블에 얹힌 LP를 긁는 거친 바늘소리에 어울리던 그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음악극 ‘천변카바레’다.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누구를 찾아왔나/ 낙엽송 고목을 말없이 쓸어안고 울고만 있을까/ 지난날 이 자리에 새긴 그 이름 뚜렷이 남은 이 글씨/ 다시 한 번 어루만지며 떠나가는 장충단 공원.”
5인조 밴드를 뒤에 두고 마이크를 잡고선 배우가 나지막이 부르는 ‘안개 낀 장충단 공원’. 60년대 가요계를 둔탁한 저음으로 사로잡았던 가수 배호를 추억하는 음악극 ‘천변카바레’는 그의 노래가 40년을 뛰어넘은 지금도 여전히 불리고 있는 이유를 말하려 한다.
선택한 방법은 직접적이다. 별다른 치장 없이 바로 들려주는 거다. 60∼70년대 청춘들을 설레게 했던 대중가요 10여곡과 배호의 노래 12곡이 당시의 카바레 분위기 속에서 어우러진다.
서울 공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향을 결심한 ‘춘식’은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배호 얼굴이나 한 번 볼 생각에 천변카바레를 찾는다. 그런데 보려고 했던 배호는 못보고 얼떨결에 그곳에서 웨이터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찰스라는 닉네임도 생겼다.
고향에서 올라온 연인 순심이, 카바레에서 알게 된 밤무대 가수 미미 사이에서 갈등하는 춘식의 일상을 엿보며 배호와 춘식의 관계가 궁금해질 무렵, 배호의 사망소식이 무대를 탄다. 춘식이 배호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배호의 모창가수가 되어 전국 공연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배호의 삶을 직접 언급하기보단 춘식이란 인물로 에둘러 조명했다. 일본문화와 서양문화가 뒤섞여 있던 당시의 사회상도 보이고 신파극이 얽힌 한 청춘의 성장 드라마도 보인다.
2010년 11월 초연했다. 열흘 정도의 짧은 공연을 전석 매진으로 마무리했었다.
초연 멤버들이 다시 모였다. 재즈가수 말로가 음악감독을 맡아 60∼70년대 클럽음악을 재즈스타일로 재해석한다. 또 배호를 짝사랑하는 밴드마스터 ‘정수’ 역까지 연기하며 자신이 편곡한 노래들로 무대를 적시는 애절함을 토해낸다. ‘춘식’ 역은 배우 최민철과 이번 공연에 가세한 가수 김동욱이 나눠 맡아 배호의 모습을 재연하는 1인2역을 소화한다.
“비에 젖어 한숨짓는 외로운 사나이가/ 서글피 찾아왔다 울고 가는 삼각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15일까지 들을 수 있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