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한대화, 감독으로 야구인생 제2라운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02 07: 59

절친한 친구다. 하지만 프로세계에서 양보는 없다.
롯데 양승호 감독과 한화 한대화 감독은 1960년생 동갑내기이자 79학번 동기생이다. 지난해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의 후임으로 양승호 감독이 결정났을 때 가장 반가움을 표한 것도 한대화 감독이었다. 한 감독은 "내 또래가 하나 생겼다"며 웃어보였다. 지난달 대전구장에서 시범경기로 처음만났을 때에도 한 감독은 양 감독을 감독실로 불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환담을 나눴다. 그만큼 사적으로 서로 허물없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사실 두 감독은 현역 시절 깊은 인연이 있었다. 서로 맞트레이드 상대가 된 것이다. 1986년 1월29일 OB 소속이었던 한 감독은 해태로 이적했다. 그 대가로 해태는 OB에 양 감독과 더불어 황기선을 내줬다. 2대1 트레이드. 그러나 당시 '고향팀' 빙그레 이적을 원했던 한 감독은 트레이드에 반발하며 전북 대둔산에 칩거했다. 무려 47일간 도끼로 나무를 비스듬히 깎으며 스윙 연습에 몰두했다. 한겨울 암자에서 아침 5시, 점심 11시, 저녁 5시 하루 삼시세끼 규칙적인 생활로 몸과 마음을 단련했다.

프로야구 최초의 임의탈퇴 선수로도 등록됐던 한 감독은 동국대 시절 스승이었던 김인식 해태 투수코치의 설득으로 우여곡절 끝에 해태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최고의 해결사로 등극했다. 이적 첫 해부터 무려 16개의 결승타점을 올리며 아마시절 명성을 되찾았다. 이후 해태에서만 골든글러브 7개와 한국시리즈 우승반지 6개를 쓸어담았다. 한국야구 사상 최고의 3루수는 그렇게 탄생했다. 트레이드가 한 감독 야구인생에 전환점이 된 것이다. 한 감독은 "그때 대둔산에서 홀로 훈련한 뒤로 지병이던 간염이 없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트레이드 맞상대였던 양 감독은 초라했다. 이적 첫 해 62경기에서 타율 2할3리를 기록한 뒤 부상 때문에 현역 생활을 접어야 했다. 투수 황기선도 OB 이적 후 2년간 13경기에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하고 은퇴했다. 해태와 한 감독의 완벽한 승리. 지금도 프로야구 사상 최고이자 최악의 트레이드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사례로 거론된다. 하지만 은퇴 뒤 OB 원정기록원을 시작으로 스카우트와 코치를 두루 역임한 양 감독은 2006년 LG 감독대행을 거쳐 2007년부터 고려대 감독을 지냈고 올해 롯데 지휘봉을 잡았다.
양 감독과 한 감독은 이제 적장으로 서로를 겨누는 입장이 됐다. 그러나 사정은 선수 시절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양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롯데는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정도로 전력이 탄탄하다. 반면 한 감독이 지난해부터 이끌고 있는 한화는 심각한 선수난으로 지난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전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2~3일 사직구장에서 개막 2연전을 벌이게 됐다. 벽두부터 만나게 된 것이다. 양 감독은 사직 홈팬들 앞에서 승리를 신고해야 할 입장이고, 한 감독도 탈꼴찌를 위해서라면 출발을 좋아야 한다. 감독으로서 야구인생 제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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