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MBC 토요일 저녁 '무한도전'은 올해로 7년째 시청자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 프로다. 짧게는 2~3개월에서 길어봐야 3~4년 버티기가 고작인 요즘 TV 예능 시장에서 단연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무한도전'은 한 두번 보고서 그 맛과 재미를 찾아내기 힘든 프로다. 처음 시작이 '무모한 도전'이었듯 예능 시청자를 상대로 다소 어려운 진행을 하는 게 사실이다. 이를 처음 보거나 익숙치 않은 시청자라면 '도대체 늘 보는 얼굴 대여섯명이 뭉쳐다니면서 자기들끼리 뭐하는거야?" 지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진짜 '무한도전'의 매력은 바로 그 곳에 숨어 있다. 자기들끼리 뭉쳐 다니는 '그들만의 리그' 안이다. 대한민국 평균이하를 모토로 선발한 메인 MC 유재석을 비롯해 2인자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하하, 노홍철 등 초창기 멤버들은 이제 눈빛만 마주쳐도 리액션이 나올 정도의 호흡을 자랑하며 척척 개그를 선사한다.

단적인 예가 이번 주말 방영된 '타인의 삶' 코너다. 프로야구 선수가 꿈이었다는 정준하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서는 대신, 친구이자 연예인이 꿈이었다는 넥센 주장 이숭용을 '무한도전' 무대에 올렸다. 서로의 인생을 잠시 바꿔사는 '무한도전'의 인기 기획이다.
건들건들 정준하로 변신한 이숭용은 '타인의 삶' 출연 첫 순서였던 재개발 코너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겉모습은 흉내낼수 있어도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7년 호흡이란 그가 넘볼수 없는 벽이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선수로 기아와의 연습경기에 출전한 정준하가 야구에만 전념한 상대 투수의 공을 제대로 공략할수 없었던 것처럼.
오랜만에 '재개발 퀴즈'에 도전한 멤버들은 인간 상형문자 박명수의 간단한 몸동작마다 속사포처럼 답을 맞추는 신기를 발휘했다. 언발에 오줌누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 등 쉽지않은 속담들이 문제로 나왔고 멤버들은 1분에 7개를 풀어 시험에 통과한 것이다.
이숭용이나 뒤늦게 멤버로 합류한 길은 '어떻게 저런 몸동작만 보고 답을 아는거야' 멍한 표정을 지을수 밖에. '무한도전'이 왜 장수 예능으로 거듭난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무한도전' 팬들은 원년 멤버들이나 마찬가지로 이런 포맷에 익숙하고 이들의 호흡과 리액션에 빵빵 웃음을 터뜨린다. 출연진과 고정 시청자가 함께 사는 울타리 속에 예능 코드를 일치시킨 덕분이다.
속된 말로 '무한도전'을 비난하는 무도까와 '무한도전'을 옹호하는 무도빠의 시각차는 여기서 비롯된다. '무한도전'의 매력에 중독되지 않고는 '무한도전'의 재미를 느낄수 없다는 게 무도빠들의 자긍심이고 이를 든든한 발판삼아 시청률 15~20% 박스권의 장수 예능이 살아가는 셈이다.
2일 '무한도전'의 전국 시청률은 AGB닐슨 집계결과 14.8%. 전성기 30% 시청률에 비하면 한참 낮아진 수치지만 이를 수 년째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의 의미는 오히려 더 대단하지않나 싶다.
[엔터테인먼트 팀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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