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공적1호, 빈 라덴 또는 김정일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04.03 08: 54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들이 가끔 전세계 영화팬으로부터 눈총을 받는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지나칠 정도로 미국인의 우월감을 강조하는 스토리다. 블록버스터 '인디펜던스 데이'가 그랬고 '월드 인베이전'이 그렇다.
두 영화는 외계인의 침략에 대항해서 싸우는 지구의 모습을 그렸지만 그 중심은 미국이고 영웅은 반드시 미국인이다. 연합군으로 나선 미국 이외의 군대는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또 이런 류의 영화에는 펄럭이는 성조기와 미 합중국 대통령의 멋지고 비장한 연설이 늘 등장하기 마련이다.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의 경우는 상대만 외계인에서 당시마다 미국인이 가장 싫어하고 위험하게 생각하는 존재로 바뀐다. 여기서 선한 자는 미국이고 미국인이니 당연히 상대는 악의 축이다.

'007 시리즈'를 보면 시대별로 변화한 할리우드 악의 축 계보가 등장한다. 냉전시대 미국의 라이벌이었던 소련과 시대물 속 영원한 악당 나찌 독일이 한 시대를 풍미하더니 동유럽 공산주의 붕괴로 소련이 해체되면서 악의 축도 다원화됐다.
이때부터 급부상한 할리우드의 공적으로는 남미 마약조직과 이슬람 테러조직을 양대 산맥으로 꼽을수 있다. 이후 911 테러가 터지면서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가 할리우드로부터 집중타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게 수 년전부터 북한의 핵개발이 국제 이슈로 부각되면서 할리우드 영화 속 악당으로 김정일 주석이 자주 등장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007'이 북한을 무대로 활동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악의 축으로 김정일을 그리고 있다.
액션 블록버스터뿐 아니다. 얼마전 개봉한 해리슨 포드, 레이첼 맥아덤스, 다이안 키튼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굿모닝 에브리원'에서 몇 번씩 반복되는 대사 속에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 1위가 김정일이었다.
슬며시 빈 라덴에서 김정일로 악의 축 1호 타겟을 바꿔가는 게 요즘 할리우드의 분위기로 보인다.
mcgwire@osen.co.kr  
<사진> 북한을 무대로 한 007 '어나더데이'의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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