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김태원에게 예능이란 그저 가족을 위한 궁여지책이기만 했을까.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을 통해 '예능늦둥이'로 거듭난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 그가 최근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 자신이 예능계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털어놓으며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의 사연을 최초 공개했다. 지난 1월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던 쇼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시청자들은 또 한 번의 극적인 사연을 접했다. 그간 록 스피릿(spirit)을 외치며 한국 록의 역사를 써내려온 그가 왜 예능 외도에 빠졌는지, 고개를 갸우뚱한 이들을 향한 너무나도 정직한 최초의 답변이었다.
마음이 아픈 아이, 11살이 된 아들과 이제껏 단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볼 수 없었다는, 그로 인해 김태원과 그의 가족들이 받아야했던 세간의 시선들은 그들을 자유롭게 놔두지 않았다. 결국 김태원을 제외한 아내와 아들, 큰 딸이 모두 도피하다시피 유학길을 떠났다. 자연스레 경제적 뒷받침이 따라줘야 했을 터. "음악적 자존심만 지키고 살 수는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는 김태원의 고백은 애끓는 부정이자 일말의 자존심을 내어 놓은 한 아티스트의 아픈 속내다.

김태원은 '국민할매'라는 별명으로 희화화된다. 수년 전 갑작스레 예능에 얼굴을 내민 그에게 반신반의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남격'의 김태원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예능 진출 초기, 여러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전전하고 잠시 고정 출연한 적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남격'과 MBC '위대한 탄생'이 전부다. 그러나 '위대한 탄생'의 경우 한시적 출연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남격'이 유일한 고정 예능인 셈. 국민 할매가 '남격'에 안착하기까지 김태원 개인으로서는 말 못할 아픔이 자리했다. 어쩌면 굴곡진 음악 인생, 술 마약 등에 빠져 지낸 방황기, 최근에는 위암 수술까지.. 인생의 여러 마디마디가 너무도 버라이어티한 그는 이 모두를 승화시켜 '예능늦둥이'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김태원의 예능 안착에 있어 가장 큰 조력자라 할 수 있는 '남격' 신원호 PD는 그에 대해 "카메라를 껐을 때와 켰을 때의 모습이 한결 같은 사람이다"고 평한다. 신 PD는 "카메라가 꺼지면 담배를 피운다는 점 외에 방송에서 보이는 김태원의 모습과 실제의 모습 사이에 차이가 없다. 무심한 듯 하지만 예능감이 뛰어나고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하고 착하다. 그래서 김태원에게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제격이다"고 말했다.
신PD에 따르면 예능인 김태원의 발전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예능에 문외한이던 그가 이렇게까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후천적인 발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예능감을 타고 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이들조차 후천적 성장이 따라줘야만 성공할 수 있는데, 김태원의 경우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진화력을 보인 케이스다"고 평하는 신PD.
김태원에게 예능 활약이 그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시청자들은 그에게 이처럼 환호하지 않을 것이다. TV 화면에 뚝뚝 묻어나는 김태원의 진정성, 눈부신 성장기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게 김태원은 '100분 토론'보다는 '남격'이 더 어울리는 유쾌하고도 구수한 남자로 살고 있다.
issue@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