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어린 투수에게 팀의 운명이 달려있다.
한화에게 개막전은 단순한 1패 이상이었다. 믿었던 '괴물 에이스' 류현진을 내고도 0-6으로 완패했다. 팀 타선은 단 5안타밖에 터뜨리지 못했고, 류현진도 류현진답지 않았다. 확실한 승리 카드를 내밀고도 무기력하게 패했다. 첫 시작부터 완벽하게 꼬이면서 자칫 시즌 전체 구상이 흐트러질 수 있는 상황. 그런 가운데 한화는 3일 열리는 롯데와 개막 2연전 마지막 경기에 2년차 안승민(20)을 선발 예고했다.
사실 의외의 카드다. 한화는 류현진과 훌리오 데폴라가 원투펀치다. 류현진이 무너진 상황에서 꺼낼수 있는 또 다른 확실한 카드는 분명 데폴라다. 데폴라는 개막 엔트리에는 들지 않았지만 부산 원정에 동행했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안승민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깜짝 카드가 아니다. 안승민은 롯데에게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리그에 몇 남지 않은 '롯데 킬러'로 등록된 투수다.

안승민은 지난해 25경기에서 4승4패 평균자책점 5.43을 기록했다. 고졸신인치고는 준수한 활약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4승 중 2승이 롯데를 상대로 거둔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8월7일 대전 롯데전에서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하며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이어 9월17일 대전 롯데전에서 7⅓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다시 한 번 선발승을 올렸다.
안승민의 프로 시작부터 롯데와 인연이 있었다. 지난해 4월9일 사직 롯데전에서 안승민은 1군 데뷔 등판을 가졌다. 이날 중간계투로 나와 1⅓이닝 동안 피안타 3개를 맞으며 3실점했지만 이후에는 이상하리만큼 롯데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안승민은 롯데를 울렸다. 지난달 1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올해도 자신이 있는 것이다. 그의 선발등판이 확정되자 롯데 구단에서도 "안승민이 나와 걱정"이라고 할 정도.
안승민은 롯데에 유독 강한 이유에 대해 "모르겠다"면서도 "롯데라고 해서 특별히 떨리고 그런 건 없다. 타자와의 승부에서 볼을 빼면서 피해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나 코치님 모두 과감하게 정면승부하는 걸 강조하신다. 상대가 이대호라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승부하겠다"고 했다. 스무살의 2년차 어린 투수지만 그의 어깨에 한화의 2011년 운명이 달려있다. 다행히 안승민은 그런 압박을 느끼지 않고 있다. 스무살답지 않은 대담함과 노련함을 갖고 있는 안승민이 어떻게 팀을 구해낼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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