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를 구한 '스무살' 안승민의 노련함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03 17: 07

스무살 어린 투수가 한화를 위기의 늪에서 구해냈다.
한화 2년차 우완 안승민(20)이 한화를 살렸다. 안승민은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롯데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5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첫 등판에서 선발승을 거두며 한화의 시즌 첫 승을 이끌었다. 개막전에서 류현진을 내고도 완패한 충격을 씻어낸 일거양득의 한판이었다. 그 중심에 바로 안승민이 있었다.
언뜻 보면 안승민의 선발등판은 의외였다. 경쟁을 통해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찬 안승민이지만, 시범경기 막판 불안함을 노출한 데다 아직 2년차밖에 되지 않은 어린 투수였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안승민의 대범함에 주목했다. 한 감독은 "지난해 안승민이 롯데에게 강했다"고 설명했다. 안승민은 지난해 롯데전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3.68을 거뒀다. 2승 모두 선발로나와, 퀄리티 스타트로 따낸 승리였다. 한 감독은 "맞더라도 피하는 승부는 하지 않는다"며 안승민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1회 시작부터 고비가 찾아왔다. 첫 타자 김주찬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맞았다. 시작과 함께 무사 3루. 하지만, 안승민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승화를 3루 땅볼, 조성환을 8구 끝에 헛스윙 삼진, 이대호를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김주찬의 득점을 저지했다. 이름만 대도 무시무시한 롯데 강타자들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졌다.
2회가 백미였다. 첫 타자 홍성흔의 평범한 땅볼을 3루수 정원석이 악송구로 범해 출루시켰다. 후속 강민호 타석 때 3루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했으나 정원석이 이를 놓쳐버렸다. 아웃카운트 2개를 손해봤다. 강민호마저 좌전 안타로 나가면서 무사 1·2루로 돌변했다. 하지만 안승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박종윤에게 볼넷을 주며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전준우와 황재균을 2루 내야플라이로 솎아낸 뒤 김주찬을 3루 땅볼로 아웃시켰다. 덕아웃으로 들어가면서 안승민은 미안함을 나타낸 14년 선배 정원석을 오히려 위로했다.
위기는 계속됐다. 3회 이대호에게 바깥쪽 높은 141km 직구를 던지다 우월 솔로포를 맞았다. 그래도 안승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홍성흔의 잘맞은 타구를 3루수로 옮긴 한상훈이 완벽하게 건져냈다. 안승민은 박수로 한상훈의 등을 두드렸다. 4회에도 강민호-전준우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로 시작했으나 박종윤을 2루 땅볼, 황재균을 헛스윙 삼진, 김주찬을 3루 땅볼로 요리했다. 5회에도 2사 후 이대호에게 볼넷을 줬으나 홍성흔을 3루 땅볼로 처리했다. 득점권에서 9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롯데 타선을 눌렀다.
경기전, 한대화 감독은 "안승민이 5회까지만 던져주면 된다"고 했다. 5회까지 80개의 공을 던진 안승민은 자신의 책무를 마치고 마운드를 유원상에게 넘겼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로 괜찮았고, 무엇보다 23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무려 16차례나 잡아내는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위기에서도 점수를 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준 것도, 바로 두둑한 배짱과 안정감 때문이었다.
개막전 충격적인 완패로 자칫 시즌 전체가 꼬일 수 있었던 한화. 그 한화를 건져낸 것은 다름 아닌 '스무살 투수' 안승민이었다. 전혀 스무살답지 않은 안승민의 노련함이 찬란하게 빛난 한판이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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