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2년 간 상대 성적이 6경기 평균자책점 9.00에 그쳤던 투수는 해가 지난 후 완벽하게 달라졌다. LG 트윈스의 광속 사이드암 박현준(25)이 매서운 구위를 선보이며 두산 베어스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박현준은 3일 벌어진 두산과의 개막 두 번째 경기서 6⅓이닝 동안 6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3개)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최고 148km의 속구와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이 홈플레이트에서 미친 듯이 춤추며 두산 타선을 농락했다.

2009년 전주고-경희대를 거쳐 SK에 2차 1순위로 입단한 박현준은 입단 당시부터 최고 151km의 광속 사이드암으로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매력적인 구위를 살리기는 제구가 불안해 1군에서 믿고 맡기기 힘든 투수로 1년 반 가량을 보냈다.
특히 김성근 감독은 야구에 관한 완벽을 추구하고자 하는 지도자. 결국 김성근 감독의 믿음을 얻지 못한 박현준은 지난해 7월 3-4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윤상균, 같은 사이드암인 김선규와 함께 LG 유니폼을 입었다. 박현준의 경우는 사실 사이드암보다는 약간 팔이 높은, 스리쿼터와 사이드암 중간 투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박현준은 LG 입단 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적 전까지 일정한 투구 속도로 타자에게 익숙해질 경우 타격 타이밍을 허용하던 박현준은 LG 이적 2경기 이후 전력분석팀과의 미팅을 통해 투구 속도를 다르게 가져가는 방법을 택했다. 이미 투구폼으로 이득을 보는 사이드암 투수지만 타자가 '하나, 둘'을 세며 때려내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것.
여기에 특히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120km대 슬라이더는 불을 뿜는 듯 춤을 췄다. 이미 지난 3월 26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서 4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박현준은 이번에도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어김없이 슬라이더를 던져 오른손 타자를 상대했고 이는 그대로 '통했다'.
경기 후 박현준은 "지난 시범경기 두산전보다 오히려 볼 끝이나 컨트롤이 좋았다. 어제 팀이 패해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타선 지원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지난 시즌 후 전지훈련서 최계훈 코치의 집중지도를 받는 것이 힘들기는 했지만 선발승을 거둬 최 코치께 감사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능적인 템포 피칭과 꿈틀대는 슬라이더로 두산 타선을 봉쇄한 박현준. 어느덧 2선발감으로까지 성장한 박현준이 올 시즌 LG의 희망봉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의 모자 챙 안쪽에는 등번호 11번과 '압도'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farinell@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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